김어준은 기본적으로 정파적 입장을 추종하는 언론인입니다.
즉 진보(변화)와 보수(유지) 중에 진보쪽의 입장에서 철학을 가지고 보수를 상대하는 언론인이고,
그가 보수를 비판할 때에는 보수가 보수답지 못하다는 점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진보, 보수는 가치 중립적인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시대에 따라 진보와 보수가 서로 다른 자기 입장을 국민의 선택을 받아 집권하고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보수가 보수답지 못하고 그야말로 극우적인 그중에서 가장 변질적인 토착왜구라는
이상한 속성을 가진 보수가 언론, 기업, 관료등의 이익집단과 영합해서 기득권세력으로 존재하고
그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온갖 공작들을 자행합니다. 이런 뒤틀린 정치환경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변화, 개혁이라는 확실한 정파적,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대안 언론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 김어준이라는 인물이죠.
거기에 반해 손석희는 진보, 보수라는 정파적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는 언론인입니다.
그가 저항 언론인이라 이미지때문에 간혹 사람들이 진보쪽 스피커라고 착각을 하지만,
그는 한번도 자신이 진보적인 인물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저항한 것은 독재였으며, 언론탄압이었습니다.
그것 외에 그는 진보나 보수라는 입장에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냥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적었기에 그를 진보적 언론인이라고 착각하게 된 것이죠.
정말 보수라면 보수적 철학을 가지고 상식을 말해도 인정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보수세력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어거지 세력이었고, 잘 돌이켜보면 손석희는 오히려 상식을 바탕으로 하는
보수언론인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언제나 중립을 외치고 정파적 입장을 따지지 않는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손석희라는 인물은 70~80년대 감성을 가진
지금의 시대적 입장에서 보자면 보수에 가까운 스탠스를 가진 언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석희가 MBC를 나와서 JTBC로 간 것도 김어준과는 차이가 나는 선택이죠.
김어준이 뉴스공장을 통해 좀 더 정통언론인의 모습을 갖추는 와중에도 김어준은 외로운 늑대라는 컨셉 자체를 버리지 않았죠.
그는 손석희처럼 뉴스팀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좀 더 크게 하기 위한 스피커로
뉴스공장을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손석희의 뉴스룸은 하나의 팀입니다. 손석희는 JTBC 뉴스룸이라는 하나의 팀을 만들었고,
그 와중에 중앙일보 출신과 자신의 팀간의 정치를 JTBC 안에서 시작한 모습이었죠.
JTBC를 보면 낮의 뉴스팀과 저녁의 뉴스팀의 보도형태가 미묘하게 어긋난다는 느낌을 모두가 감지는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말은 JTBC안에서 뉴스보도를 가지고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 두팀이 치열하게 정치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겠죠.
이런 경향은 KBC안에서 서로 다른 성향의 언론노조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MBC 안에서도 서로 정파적 입장이 다른 세력들이 큰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통해 방송사의 정치가
의학드라마 '하얀거탑' 이상으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JTBC의 주도권이 손석희의 최근 스캔들에 의해 크게 변형되었고, 방송사 안에서의 입지도 크게 변형되었겠죠.
김어준이라면 자신이 자신의 철학에 맞는 방송을 하지 못하는 순간 그냥 프로그램을 버리고 뛰쳐나오면 될 일입니다.
SBS의 블랙하우스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죠. 김어준의 본가는 딴지일보입니다.
다른 모든 영역은 그냥 콜라보의 영역이죠. 하지만, 현재 손석희는 자신이 몇년에 걸쳐 이룬 본가가 뉴스룸입니다.
그 곳을 빠져나오는 순간 그는 그가 이룬 모든 것을 포기해야하며 자신을 따르던 모든 JTBC의 뉴스룸 멤버들도 포기해야하고
JTBC의 정치싸움은 중앙일보사 멤버의 승리로 종식되고 MBC와 비슷한 언론 숙청또한 이루어질테죠.
손석희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모습이 엄기영과 같은 진실성 없는 가면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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