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법통에 기댄 사회](1)‘사법만능’ 대한민국

글쓴이 : 기후변화 날짜 : 2019-09-11 (수) 18:20 조회 : 231


[만사법통에 기댄 사회](1)‘사법만능’ 대한민국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조국 법무장관을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헌법정신에 입각한 수사다”라고 했다. 검찰이 정치를 한다는 안팎의 비판에 대한 대답이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기들이 정치를 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었다. 검찰은 당시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하면 (중략)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수사 사법행위의 독립성이 현저히 훼손된다”고 맞받았다.

행정부 소속인 검찰은 스스로를 사법기구로 규정하고, 행정부에 대한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리 사법 업무에 종사한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원래 행정부 소속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사법부의 독립 원칙이 검찰에는 적용될 수 없다. (중략) 검찰은 행정기관이고 민주적 통제를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검찰을 생각한다>, 2011)라고 했다.

진짜 사법부인 법원은 정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들어온 사건을 처리하는 수동적인 기관이지만 현실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 예술과 문화, 환경과 개발, 역사와 외교 등 대한민국 거의 모든 문제를 최종 판단하고 있다. 법학자 제러미 월드론은 “판사들의 결정이 설령 대중들의 집단적인 결정보다 질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사법심사제도는 일반 시민들의 평등한 시민권과 능력에 대한 불신에 기초하고 있어 문제”라고 했다.

선출되지 않고(unelected), 견제받지 않으며(unchecked), 책임지지 않는(unaccountable) 비정치적 헌법기구의 ‘정치적 실천’은 근대 다수결 민주주의체제와 근본적으로 배치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오승용 전 서울대 선임연구원). 일상과 정치에 검찰과 법원이 지나치게 들어와 있다. 토론과 합의라는 정치 과정을, 수사와 판결이라는 사법 과정이 대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리스토크라시(juristocracy), 사법통치 현상을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