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남자의 그동안 만났던 여자들 이야기 (뻘 한탄글)

 

오늘은 뭔가 가슴이 답답한 날이네요 .

이렇게 뭔가 글로 적어놓으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주저리 떠들어보려 합니다 .

( 다 적어놓고 보니 의미없이 긴 한탄글입니다 .)

 

군에서 막 제대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파릇한 22 살 ,

매일 친구들과 자주 가는 당구장에 예쁘장한 알바생이 있었습니다 .

자주 가는 덕에 가면 친한 척도 하고 서비스도 더 챙겨주고 그랬지요 .

 

여느 때처럼 갔던 당구장 , 4 구를 치는 중에 그 친구가 제가 쳐야할 타이밍에 와서

" 오빠 이거 못 빼면 나랑 사귀는 거다 ?" 라고 하더군요 .

코웃음 치면서 " 야 이걸 내가 못 빼겠냐 ?" 하고 겁나 집중해서 쳤습니다 .

근데 못 뺐습니다 . 심지어 흰 공을 맞춰서 실점을 했죠 .

 

그래서 그렇게 사귀게 됐습니다 . ㅎㅎ 평소에 예쁘장한 외모에 저도 호감이 있었고

그 아이의 말이 장난 반 진담 반이었지만 저에게 호감이 계속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얼굴도 몸매도 좋아서 횡재했다 했습니다 .

 

근데 당구장 알바라는 특수를 반영하더라도

정말 깜짝 놀란 것은 20 살짜리 여자애가 그 동안 만났던 남자가 100 명이랍니다 .

그럼 제가 101 번째고 졸지에 달마시안이 된 거죠 .

 

그 얘기 듣고 얜 안 되겠구나 하고 어느 정도 선을 그은 상태로 한 달여 정도를 만났죠 .

어느 날 새벽에 전화가 오더니 전 남친이 집에 찾아와서 자기를 강간 했다는 겁니다 .

순간 욱해서 어찌어찌하다 그 남자애와 통화를 하게 됐는데 ,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그냥 양다리였습니다 .

철이 없을 나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었죠 .

 

그 뒤로 연락이 몇 번 왔는데 그냥 차단했습니다 .

별 감흥도 없었습니다 . 첨 만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을 했으니까요 .

 

그렇게 어이없는 만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놈이 소개팅을 주선해줬습니다 . 같은 학교에 동갑인 여자애였습니다 .

 

예쁘더군요 . 첫 만남부터 서로 호감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어 CC 가 되었습니다 .

굉장히 4 차원인 아이였습니다 . 그래서인지 만남이 더 재밌었고

제대로 된 연애는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 알콩달콩 누가 봐도 행복한 CC 였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 아이가 고백하듯 말하기를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겁니다 .

속으로는 ' 이게 뭐지 ' 했지만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

 

결국 3 개월 뒤 진짜 이민을 가버렸고 ,

허무한 헤어짐이 아쉬워 워킹홀리데이라도 해서 따라가려고 비자까지 신청하였습니다 .

그 아이도 아쉬웠던지 미국에 오라고 했고 ,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

 

그렇게 1 년간 스카이프로 연애를 연명하다가

시간이 흘러 비자 신청이 완료되고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

출국 한 달 전이었죠 . 미국에서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

 

" 자기야 .. 미안한데 그냥 미국 오지 마 .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 미안해 "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죠 . 워킹비자 받으려고 허비했던 시간 , 돈 ,

그리고 그 애와 미국에서 행복한 생활을 꿈꾸며 버티던 순간들이

그 말 한마디로 무너졌습니다 .

 

게다가 더 한심하게도 전화가 왔을 때 집에서 쓸쓸히 TV 보면서 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순간 화가 나서 상을 엎어버렸습니다 . 엎는 순간 치워야 됨을 알고 후회했지만요 .

그 뒤로는 절대 밥상 안 엎습니다 . ...

 

친구들이 빅뱅노래 하루하루를 부르며 놀렸습니다 .

" 네 옆에 있는 그 사람이 뭔지 , 흑인인지 ㅋ 백인인지 ㅋ " ....

3 년간 CC 로 연애했던 그 아이와도 그렇게 허무한 이별을 했습니다 .

 

시간이 흘러 4 학년이 되고 취업준비에 바쁘던 때였습니다 .

디자인 전공을 했던 터라 유난히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많았죠 .

 

같은 전공수업을 듣는 여학생 중에 유난히 아담한데 씩씩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

별 다른 얘기는 나눈 적 없지만 귀여운 외모도 그렇고 털털해 보이는 성격이 호감이 가더군요 .

 

어느 날 , 단체 MT 를 가게 되었습니다 . 각종 술 게임이 난무하는 MT 였죠 .

이래저래 게임을 하다 보니 만취하게 돼서 잠이 들었습니다 .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눈이 떠졌는데

그 귀여운 친구가 제 바로 옆에서 누워 자고 있더라고요 . (30 명쯤 되는 인원이 한 방에서 잤어요 )

 

달빛에 은은히 보이는 새근새근 자는 그 아이의 모습이 왜 이렇게 예뻐 보이던지 .

그 순간 저도 모르게 그 애의 입술에 뽀뽀를 했습니다 .

술이 다 깼었고 정신도 멀쩡한 상태였는데 그냥 제정신이 아니었나봅니다 .

 

뽀뽀를 하고 입술을 떼는 순간

그 아이가 눈을 탁 뜨더라고요 . 취해서 자는 터라 안 깰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죠 .

더 놀라운 건 그 아이의 말이었습니다 .

 

" 너 내일 일어나면 죽여 버린다 ..."

ㅎㄷㄷ 무서웠습니다 .

학교에서 변태로 소문나면 어쩌지 고민하며 잠을 설쳤습니다 .

 

이윽고 다음날 아침이 왔고 다들 분주하게 일어났죠 .

그 아이는 고맙게도 (?) 다른 사람한텐 얘기 안했을 뿐더러 ,

저한테도 태연하게 와서 " 오빠 잘 잤어요 ?" 하면서 히히거리더군요 .

 

예쁘더라고요 . 그렇게 내 실수를 덮어주는 배려심이 더 예뻐 보였습니다 .

MT 가 마무리되고 집에 가는 길에 그 친구에게 바로 고백을 했습니다 .

사실 새벽에 뽀뽀한 거 취해서 한 거 아니고 정신 멀쩡했는데 니가 너무 예뻐서 한 거라고 .

그리고 아침에 아무 일 없는 듯이 행동해줘서 고맙다고 . 너랑 사귀고 싶다고 .

 

되게 당황해 하더군요 . 바로 답변을 듣지는 못했어요 .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 사건 후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

커피숍에서 대화를 하던 중 . 무슨 용기였었는지

기습 뽀뽀를 또 시도했습니다 . ㅎㅎ

처음엔 피하고 막더니 결국 무너졌는지 뽀뽀에서 키스로 바뀌었죠 .

그렇게 뽀뽀로 시작해서 키스로 연인이 되었습니다 .

 

배려심이 많고 애교도 많은데 털털한 ? 성격의 소유자였고 그런 모습이 마냥 좋았습니다 .

술을 좋아해서 술 먹고 가끔 꼬장 부릴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귀여웠습니다 .

그렇게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

 

졸업 후 서로 취직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장거리연애를 하게 되었고

큰 문제없이 3 년 정도 만나던 때였습니다 .

 

불현듯 권태기가 찾아오더군요 .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

너무 당연히 사랑을 하고 받다 보니 그 것이 소중한지 모르게 되는 일종의 망각현상이겠죠 .

극복하려고 서로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 잘 안되더군요 .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눈에 박혔습니다 .

우연히 지인과 함께 만났던 사람인데 그야말로 첫눈에 반했어요 .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이었습니다 .

얼굴 몸매는 여태껏 살면서 본 여자 중에 가장 예뻤고 성격 생각 사상 말투 등등

이런 여자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지 싶었습니다 .

 

이런 감정은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

' 넌 여자친구 있어 이러면 안 돼 ', ' 넌 바람같은거 피는 나쁜놈 아니잖아 ' 하며 이성이 바들바들 붙잡았지만

미친 듯이 빠져들어 가는 감정에 터무니없이 나가떨어지더군요 .

 

그녀에게 대시를 하고 싶었고 결국 연락을 하며 썸을 타게 되었습니다 .

그 당시에는 도저히 넘쳐나는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

 

결국 여자친구에게는 이별을 고했고 나쁜남자가 됐습니다 .

이제와 생각해보면 제가 진짜 나쁜 짓 한 거 맞죠 .

 

그래도 그 순간은 생전 처음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을 불타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

1 초마다 얼굴이 보고 싶고 목소리가 듣고 싶었습니다 .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여자는 저와 썸 타기 바로 직전 엄청난 슬픔의 이별을 겪은 여자였습니다 .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바람을 펴서 헤어지고 자기는 자살까지 할까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던 그녀가 알고 보니 이별의 무게에 짓눌려 속으론 썩어나고 있던 거죠 .

너무 좋아했기에 다 커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꾸역꾸역 그 여자의 마음에 저를 쑤셔 넣으려 애썼습니다 .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옆에서 여유를 갖고 이별의 상처가 낫기만을 기다리면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저는 그때 너무 뜨거웠고 이별에 허덕이며 쉽사리 따라 와주지 못하는 그녀에게 점점 지쳐갔습니다 .

 

결국 그녀와는 썸으로 끝났습니다 . 그 동안 연애를 쉽게 해오던 터라 오만했고 자만했고 멍청했습니다 .

그리고 새로 깨달은 점은 너무 불타오르는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는 것 .

불타는 사랑은 서로가 힘들어지게 만들더군요 .

그 때 당시를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손에 안 잡힐 정도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그렇게 3 달여를 만났던 썸녀와 끝이 나고 솔로로 지내던 때 ..

전 여친이 다시 만나자며 연락이 왔습니다 .

불타는 사랑에 지칠 대로 지쳤던 저는 죄책감을 무릅쓰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

 

결국 다시 만나게 됐고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에 심폐소생술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

그렇게 전여친과 다시 사랑을 이어갔고 죄책감에 예전보다 더 잘해주고 더 사랑해줬습니다 .

우린 별 문제없이 2 년을 더 만났습니다 . 티격태격 아웅다웅 알콩달콩 했죠 .

나이가 점점 20 대 후반이 되면서 진지한 결혼 얘기도 오가던 때 ,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습니다 .

 

저에게는 정말 존경스러운 친누나가 있었습니다 .

늘 밝고 정 많고 생각이 올발랐고 가족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잘해서 주변에서 인기도 많은 멋진 누나였어요 .

누나는 결혼해서 사랑스러운 딸아이 두 명을 낳고 잘 살고 있었습니다 .

 

그런 누나가 급작스럽게 암에 걸렸습니다 .

30 대의 꽃다운 젊은 나이에 심장암이라는 정말 정말 희귀한 암이었고

조직검사 결과 악성으로 나왔습니다 . 이제껏 심장암 판정을 받고 생존한 환자가 없다합니다 .

그것도 심장 특성상 전이가 빨라 3 개월도 못산다 합니다 .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

사랑과 행복이 가득했던 집안이 순식간에 슬픔과 억울함으로 바뀌었습니다 .

누나도 누나지만 이제 갓 2 살 4 살인 사랑스러운 조카들이 불쌍해 엄마와 부둥켜안고 매일 울었습니다 .

 

그 아이와의 이별도 이 맘 때였습니다 .

연애에 마음을 쏟을 정신과 여유가 없었습니다 .

저는 매일매일 힘들었고 초반엔 여자친구가 위로도 많이 해줬습니다 .

근데 어느 순간부터 자기와의 관계가 소홀해 진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더군요 .

 

실망했죠 .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기에 내가 힘들 때

조금 참고 기다려주고 위로해주길 바랬던 것은 혼자만의 이기심일 뿐이었습니다 .

물론 제가 느끼던 슬픔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100% 이해하지 못하겠죠 .

이해는 됐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

원하는 만큼 신경써주지 못해 여친에게도 미안했지만

신경써주지 않는다고 틱틱대는 것 도 싫었습니다 .

 

결국 이별을 고했고 중간에 잠깐 이빨이 빠졌었지만 5 년간의 긴 연애는 끝이 났습니다 .

그리고 힘겹게 암과 싸우던 누나는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

너무나 각별했던 누나였기에 , 슬픔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어요 .

매일매일이 슬펐고 힘들었습니다 .

 

슬픔에 허덕이고 있던 때 , 비보를 접한 회사의 신입 여직원 한 명이 저를 많이 위로해 줬습니다 .

같은 동네에 살아 가끔 카풀을 하며 어느 정도 개인사 얘기도 하고 친해졌죠 .

그 여직원은 웃는게 특히 예뻤습니다 .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울함에 허덕이는 저에게

한 줄기 오아시스 같이 느껴졌습니다 . 자연스레 호감이 갔습니다 .

그 친구는 원래 예쁘장한 얼굴인데다 성격도 밝고 행실이 좋아 사내에서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

평소 친했던 동료 남직원이 그 여직원을 좋아했습니다 . 저도 호감이 있었지만 그 동료와 잘 되길 바랬습니다 .

그 만큼 친한 동료가 엄청 좋아했어요 .

어쩌다 셋이 같이 술을 마시다가도 피곤하다며 먼저 빠져주며 성심성의껏 밀어줬습니다 .

 

근데 어느 순간부터 남자동료가 더 이상 예전처럼 여직원을 좋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

그 동료에게 그 여직원이랑은 어떻게 돼가나 물어보니 그냥 서로 직장동료로 지내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

이젠 안 좋아한다며 .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엄청 기분 나쁜 투로 틱틱대며 말했고 ,

그 후로 그 남자동료는 점점 저를 멀리 하려고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왜 저래 하면서도 이유를 몰랐죠 .

 

사실 잘 안될 것 같아 보였습니다 . 남자 동료는 엄청 좋아했지만 누가 봐도 여직원은 그 남자에게 별 관심이 없어보였어요 .

대시했는데 잘 안됐나 보구나 .. 생각했습니다 .

 

저도 그녀에게 평소 호감이 있었기에 나도 대시를 한 번 해볼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

잘 안된 그 남자 동료가 신경 쓰여 꺼려지더군요 .

 

그렇게 또 시간이 몇 개월 흐르고 , 야근을 하게 되어 늦은 시간 귀가하게 되었고 그 여직원과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

여직원은 평소 같이 집에 가면서 저녁 먹고 가자고 하면 늘 같이 먹어줬고 , 썰렁한 말을 해도 웃어줬고

나에게 늘 호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 그 모습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

 

집에 거의 왔을 때 쯤 괜시리 아쉬워 ,

늦었으니 가게에 가기는 그렇고 차 세워놓고 맥주 한 캔만 하자 했습니다 . 흔쾌히 그러자 하더군요 .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과감히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

그 남자 동료에겐 미안하지만 비밀로 하더라도 만나고 싶었습니다 .

귀에 얼굴을 들이밀고 ‘ 뽀뽀해도 돼 ?’ 하면서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갖다 댔습니다 .

 

네 전 뽀뽀맨인가 봅니다 . 그냥 좋으면 뽀뽀부터 하는 용기는 매번 어서 나오는 건지 ..

그녀는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

뽀뽀가 짙어져 키스로 이어졌습니다 .

그렇게 한 동안 키스를 했고 , 입술을 떼자 갑자기 그녀가 묘한 얼굴을 하더군요 . 고백할게 있다면서 .

 

사실은 그 친한 남자 동료와 사귀고 있는 중이라 하네요 . ‘응?? !!!’

 

그 동안 철저히 둘이서 비밀연애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

친하다 생각했던 그 남자동료는 잘되라고 무수히 많이 밀어줬던 저에게까지 거짓말로 일관했던 거죠 .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니 회사에 입사 한 후 많이 힘들었답니다 . 사실 첨부터 저를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

근데 여자친구가 있어 접근할 수 없었고 ...

옆에서 그 남자동료가 자기를 엄청 좋아해주고 챙겨주니까 별 감정이 없더라도 위로받고 싶어 만났답니다 .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고 제가 점점 더 좋아지더랍니다 .

 

순간 많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 절친이라 생각했던 남자 동료에게도 배신감이 밀려왔고 ,

얘는 남자친구가 내 친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한테 이랬나 ...

감정의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 졸지에 또 남의 여자 빼앗는 모양새가 되더군요 .

상황을 정리해보고 나니 친했던 동료가 왜 그렇게 나한테 틱틱대고 기분 나빠했는지 알겠더라고요 .

그 여직원이 저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 같아 경계를 했던 겁니다 .

그럼 둘이 사귄다고 말을 하던가요 .. 접근할 생각도 안 했을 텐데 ... 왜 혼자 열내고 짜증이었던건지 .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

남자동료와의 혼자만 했던 우정은 접는게 맞다고 결론 지어지더군요 .

그렇게 며칠을 고민 한 후 여직원에게 그 사람이랑 당장 헤어지라고 나랑 만나자고 했습니다 .

알겠다고 했고 다음 날 울면서 전화가 옵니다 . 헤어졌다고 . 위로해달라고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사랑이 시작됐습니다 .

그녀는 이상하게 운명 같은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

계속 만나다보니 꼭 결혼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

 

그 만큼 참한 여자였고 예뻤습니다 .

웃기지만 그녀는 두 번째이자 저에게는 첫 번째로 비밀 사내연애를 했습니다.

그 남직원에게는 특히 더 철저히 비밀로 하면서 말이죠 . 이미 멀어져 저와 말도 별로 하지 않던 사이여서 별로 들킬 일도 없었죠 .

 

결혼 생각도 있고 어느 정도 만나다보니 부모님에게도 소개해드리고 , 연애가 순탄하다 생각했습니다 .

그러다 또 문제가 생기네요 . 처음에는 막연히 결혼하고 싶어 했던 그녀가 자기는 결혼을 늦게 할 거라고 하더군요 .

그때 제 나이가 31 였고 그녀의 나이는 26 이었습니다 . 요즘 추세에 여자가 결혼하기에는 이른 나이였죠 . 이해했습니다 .

더 만나고 늦게 해도 된다 했습니다 .

 

그런데 우리 부모님께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

딸을 잃은 허전함도 있으셨고 맘에 꼭 드셨던지 그 자리에 그 아이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

그래서 매번 볼 때마다 결혼해야지 결혼 언제할거니를 반복하셨죠 .

 

그게 그녀에게는 늘 부담이었나 봅니다 .

자기는 30 살 넘어서 결혼하고 싶은데 아직 많이 남았고 계속 만난다고 해도

결혼에 대한 압박과 부담 때문에 온전히 만날 수 없다 판단했나봅니다 .

 

결국 이 문제로 2 년 넘게 연애를 하다 이별이 또 찾아왔습니다 .

네 차였죠 . 오빠가 너무 좋지만 아직 결혼은 이른데 오빠랑 계속 만나면 그 부담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다고 .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왜 결혼에 대한 부담이 생길까 하는 .

 

다시 방황의 시절이 찾아왔습니다 . 이미 30 이 넘은 나이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와 결혼문제로 이별을 하니 현타가 왔습니다 .

너무나 좋아했던 그녀였고 이해할 수 없는 이별로 충격받아 1 년간을 그렇게 술로 방황했습니다 .

이직을 할까 고민했지만 한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이 변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고 싫었습니다 .

그녀도 그만 둘까 하는 눈치였지만 계속 다니더군요 . 눈에 밟혔지만 점점 괜찮아졌습니다 .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새로운 만남이 하고 싶었습니다 .

나이가 먹고 일만 하며 살다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데가 별로 없더군요 .

 

친구와 술 한잔 하고 간만에 나이트클럽을 갔습니다 .

부킹을 하던 중 눈에 띄는 애가 있더군요 .

같이 술을 마시며 친해졌고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습니다 .

 

저는 33 살이었는데 그 애는 24 살이었습니다 . 9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났지만 서로 끌렸던 것 같네요 .

사실 결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때라 그렇기도 하고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이기 때문에

깊은 관계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

 

그 아이도 처음에는 그랬던 것 같고요 .

그러다 한 번 두 번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고 사랑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

 

겉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해 보이는 스타일인데 사실 속은 여리고 따뜻한 아이였습니다 .

이리저리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해외여행도 같이 가보고 신나게 놀았죠 .

그렇게 좋은 감정으로 만나다보니 그 아이도 결혼해서 같이 살고 싶어했습니다 .

 

서로가 점점 마음이 깊어지고 결혼에 대한 얘기도 슬슬 나올 때 즈음 ,

만난 지 딱 1 년 만에 같이 술을 마시다가 고백을 하더라고요 .

사실 자기 부모님 두 분 다 청각장애인이시라고 . 듣지도 못 하고 말도 못하신다고 .

순간 멍했습니다 . 그럴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으니까요 .

 

그 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연민이 생기는 반면 , 이기적이게도 현실적인 걱정도 생겨나고 그러더군요 .

두 분 다 장애인이신데다가 이혼해서 별거중인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숨이 턱턱 막힙니다 . 평탄한 가정에서 살아왔던 저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습니다 .

그녀가 이런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는 것도 놀랍지만 내색 없이 지냈었다는 것도 대견하고 놀라웠습니다 .

 

부모님이 장애인이신게 뭐 어때서 ? 둘 만 좋다면 문제없지 않을까 ?

한층 더 나아가 얘랑 결혼하면 매달 용돈을 얼마정도씩 드려야할까 ?

이혼하셨는데 어머니 아버지 용돈도 따로 드려야겠지 ? 뭐 이런 고민까지 하게 되더군요 .

 

여러 고민을 했지만 사랑하기에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 별 문제 아니니 다 떠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녀가 얘기하기를 나를 만나기 전에 전남친도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부모님이 너무 완강하게 반대해서 헤어지고 곧바로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고 하더군요 .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저 역시 괜찮아도 부모님께서는 달가워하지만은 않으실 거라 생각이 들더군요 .

그런데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여자친구는 고양이를 무려 네 마리나 키우고 있었죠 .

저도 동물을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네 마리 키우는 거 별로 상관은 없었습니다 .

근데 그게 또 결혼과 연결 지으면 문제가 생기더군요 .

처음엔 다 양보할 수 있었습니다 . 근데 그게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싫더군요 .

 

여자친구의 결론은 어떤 상황이 와도 고양이 네 마리는 같이 살 거다 .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고양이가 더 소중하다고 ...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라고 .

좀 섭섭하더군요 .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라니 ...

 

큰 문제는 아니지만 같이 평생 살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요한데 ,

타협이라는 것 자체를 둘 수 없다고 완강하게 나오니 그런 배려 없는 자세가 싫어졌습니다 .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마치 그 감내가 당연한 것처럼 구는게 싫어졌습니다 .

 

이 때 부터 였는지 조금씩 만남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

내가 뭐가 아쉬워서 배려는 없고 희생만 남은 상황을 다 떠안아야 될까 ?

이기적이게도 현실과 마주하는 게 점점 불편해졌습니다 .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지키려면 많은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게 점점 부담됐습니다 .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을거란 막연한 마음으로 만남을 꾸역꾸역 이어갔죠 .

 

그러나 역시 그런 마음으론 안됐습니다 .

결국 서로가 지쳐갔고 또 다시 스멀스멀 이별이 찾아왔습니다 .

이제 이별 한 지 한 달이 되어가네요.

 

결혼 생각하며 2 년 반 동안 만났는데 또 고꾸라졌습니다 .

주변 사람들은 잘 헤어졌다고 니가 아깝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만큼 상처와 공허함이 깊이 남네요 .

 

연애가 참 쉽지 않습니다 . 현실과 이상은 늘 따로 놀더군요 .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애들이 자꾸만 고꾸라지니 점점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입니다 .

 

게다가 30 대 중반이 되니 평생 혼자 살까 하는 걱정에 점점 압박이 옵니다 .

근데 한 편으로는 걱정과는 별개로 더 이상 여자문제에 다치지 않고 싶어 스스로 방어합니다 .

여자는 그런 내 모습에 지쳐 떠나갑니다 .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군요 .

서로를 마주 보는 것 보다 같은 곳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한데

바라보는 눈의 높이가 늘 다르네요.

지금까지는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나나 상대방의 고개를 억지로 돌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점점 삐걱댔던거였고요.

눈 높이가 다르면 그냥 다름을 인정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르다고 같은 곳을 못 보는게 아니니까요.

답은 없는 거지만 의미없이 답을 자꾸 찾게 되네요..

이러나 저러나 결국 내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결혼 못 할 것 같습니다 .

쉽지는 않겠지만 내려놓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더 성숙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일이 손에 안잡혀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는데 그래도 다 쓰고나니 은근히 마음이 정리가 되는 기분입니다 .

인생이 여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받는 영향이 크긴 크네요 .

긴 뻘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솔로 동지인 분들 모두 좋은 인연 찾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