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한글점자 반포 94주년이네요. 점자에 대한 궁금증

점자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단점도 많은 상황에서 왜 일반 글자를 돋을 새김해서 쓰지 않는가에 대한 저의 추측을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일단 점자의 장단점에 대한 정리는 다음의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www.eyes1004.com/dot_04.html

점자에 대해 정확히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점자와 일반글자의 돋을새김의 차이를 논한다는게 어불성설이지만, 시각에 관한 공부를 한 적이 있고, 이에 대한 인지적 관점과 심리학적 견해를 조금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추측을 전개해보고자 합니다.

1. 점자와 일반 글자의 발달과정
점자는 6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반 글자는 그보다 많은 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촉각과 시각의 차이를 구별하고 각 감각의 특성을 최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시각문자와는 달리 점자는 한 개인에 의해 발명되고 그 것을 주축으로 짧은 시간동안 각 나라의 점자언어로 발전된 바, 시각문자와는 달리 아직 초보적 발전단계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시각에서 가장 대표적인 심리학적 인지현상은 게슈탈트 현상입니다.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haeinshl&logNo=220656496098&proxyReferer=http:%2F%2F210.117.121.212%2F )
이는 다시 4개 정도의 법칙으로 구성되는데,
1. 유사성의 법칙
2.근접성의 법칙
3.연속성의 법칙
4.공동운명의 법칙
입니다. 한마디로 점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세 개 찍으면 인간은 이를 시각적으로 삼각형 도형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인지/인식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하지만, 촉각에선 이런 경향이 없습니다. 촉각에는 시야와 같은 감각의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입니다. 물론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확장이 가능하겠지만, 반드시 접촉이 일어나야한다는 물리적 한계는 비접촉 감각인 시각과는 차원이 다른 한계를 만들어냅니다.

단순히 추측성 답변으로 보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상당히 전문적으로 잘 정리된 의견을 주셨네요.
점자 촉각을 인지심리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아무튼 점자도 그렇게 완벽한 글자는 아니었군요.
장애인 자체를 위한 컨텐츠라기보다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컨텐츠를 접근하기 위해 보조하는
도구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다른 의견과 답변도 더 들어보고 채택하겠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2. 시각문자의 특성
저는 점자를 사용한 적도 공부한 적도 없어 점자의 특성을 논할 수는 없고, 시지각의 특성 때문에 발달한 시각문자의 특성만을 조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시각의 경향 때문에 문자는 대부분 사각 혹은 동그란(조지아어, 태국어 등)형태의 기본 외곽경계를 가지고 발달하는 것 같습니다. 문자도 매우 초기에는 점자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수메르어의 쐐기문자가 바로 그것인데, 왜 이런 원자적 단위를 쌓아올리거나 조함하여 문자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유목민족이어서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목민이 가축을 셀 때 줄에 매듭을 만들어 계산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는 주간 뿐 아니라 야간에도 양을 세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이 경우 시각과 촉각이 동시에 동원되는 기록방법이고, 이런 경향이 광대한 유목민 지역을 포괄하고 있던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수메르어 문자형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편으론, 이집트에서 문자가 발생하며 왕족과 귀족, 그리고 신관들이 사용하던 신성문자 Hieroglyph가 상형문자였다는 점은 시각적 게슈탈트 효과가 시각문자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문자는 대부분 "면"을 포함하거나 "면"으로만 이루어져 있게 됩니다. 이후 기록을 위해 간편하게 기록할 방법이 발달되며, "면"이었던 부분들이 "선"과 "점"으로 간소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더 오래되거나 비슷한 시기의 수메르어의 쐐기문자는 거의 선과 점 수준의 "면"이 사용되긴 했지만, 그 이유는 위에 말한 내용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집트의 일반 평민들과 노예들이 사용하는 민용문자 Demotic은 신성문자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 매우 실용전인 선으로 이루어진 문자였습니다. 면 기반의 신성문자 시대에 이미 선 기반의 문자가 병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신성, 민용, 희랍어로 된 로제타석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