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아침에 나왔던 아나운서의 말과는 무색할 정도의 복장을 입고 있었다.
연베이지색 블레이져와 안에는 파란색 셔츠, 검정색 정장바지에 구두까지 신은 채, 아스팔트의 열기를 견뎌내며 한걸음 한걸음 걷고있었다. 천안방향부터 차가 밀려 서행하였기에 발견할수 있었지만, 만약 막히지 않은 상태의 고속도로였다면 언뜻 보고 말았을만한 체구의 남성이었다.
“그러...게? 이상하네”
현우 또한 요한과 마찬가지로 흥미롭게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요한은 갑자기 밀려오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깜빡이를 빠르게 키고 갓길로 차를 대기 시작했다.
“야이 미친놈아! 뭐하는 짓이야!”
현우는 갑작스러운 요한의 행동에 당황하면서 소리쳤다. 10톤짜리 트럭은 요한의 핸들링에 살짝 휘청거리며 갓길에 안착했다.
“아 잠깐만 기다려봐요, 형님은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이 더운 여름에 저런 차림으로 걷는 저 아저씨가 말예요”
요한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이미 무슨 말을 해도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것이라 생각한 현우는 포기한채로 그가 어떤 행동을 하던 내버려 두기로 마음먹었다.
“난 모르겠다, 니 하고싶은대로 하세요~ “
그 말에 더욱 신난 표정으로 요한은 운전석 뒤편 작은 아이스박스에서 음료수 한 병을 꺼내 차에서 내렸다. 사실은 현우도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요한의 행동을 조금 부추기기 시작했다.
“더우니까 병음료 말고 시원한 포카리 같은걸로 가져다 드려“
하지만 이미 요한의 손엔 포카리 한병과 아이스팩이 들려있었다. 그는 씨익 웃으며 다급하게 차에서 내려 걷고 있는 남자에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현우 또한 차에서 내려 요한의 행동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저... 선생님? 잠시 실례합니다.“
터벅터벅 걷던 남자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익숙한 일인 듯, 고개를 들어 요한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신가요?”
그 남자는 피곤에 지쳐있지만, 맑은 목소리로 요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한은 그 남자를 짧은 시간동안 훓어보았다. 더운 복장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곧은 자세, 땀이 조금 섞여있긴 하지만 늘어지지 않은 두 팔, 그리고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찾는듯한 눈동자까지 요한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모습이었다.
“운전하다가 우연히 뵈었는데, 더운 여름에 이렇게 걷고 계시는게 걱정되어 마실것이라도 좀 드리고 싶어서요”
하며 요한은 사람좋아보이는 미소를 짓고 그 남자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음료수 병 주변에는 살얼음들이 붙어있어, 더욱 시원해보였다. 남자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들을 손으로 대충 닦아내며 그 음료수를 받을지 말지 고민했다.
“선생님, 이러시다 탈수증세 걸리실 수도 있으니, 조금 목을 축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요한은 다시 한번 그 남자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남자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크게 꾸벅거리곤, 그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마셨습니다. 그럼,“
짧은 말을 남기곤, 그 남자는 고개를 떨구며 현우 쪽을 향해 걸어갔다. 요한은 그 모습에 당황하며 남자를 불러 세웠다.
“선생님! 선생님!”
남자는 요한의 부름에 다시 걸음을 멈추곤, 요한을 바라봤다.
“선생님, 뭣좀 여쭈어 봐도 될까요?”
남자는 요한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않고 요한을 바라봤다. 긍정에 의미로 알아들은 요한은 남자에게 물었다.
“이 더운 날씨에 선생님께서 왜 이렇게 걷고계신지 너무 궁금합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알려주실수 있으신가요?”
요한은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는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살짝 띄곤, 요한에게 덤덤히 말했다.
“자식 잃은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것 뿐이오.”
그 말을 하곤 요한을 뒤로한 채, 앞을 향해 계속 걸었다. 현우는 남자가 걸어오는 모습을 의아해하면서도, 그가 지나칠 때까지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가 너무나도 단호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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