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고속도로를 걷는 남자

중학생때 수업중에 판타지소설 쓰며 자랐습니다.
소설을 쓰던 노트를 어머니가 눈앞에서 찢어버린 이후에 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요즘들어 버킷리스트에 소설 완결내보기. 라는 리스트를 추가하여
더 늦기전에 머리가 더 굳기전에 한번 써보려합니다 :)
비판이나 고쳐야할 점은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무플도 괜찮습니다 :)


쌀쌀한 밤공기 속에 힘껏 내뱉은 담배연기가 하늘에 스며든다.
꽤 춥다고 생각하는 찰나, 주머니 속 핸드폰에선 진동이 울려퍼진다.

‘B동 619호로 오시면 됩니다.’

솔직히 이번에도 자신은 없다. 몇 번째 실패인지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대들을 만나봤지만 전부 아니었고, 얼굴만 보고 실망한 채로 돌아온지도 5년이 넘었다. 그래도 이번엔 맞겠지 하며 오늘도 또 낯선 모양의 초인종을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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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 속 아나운서조차 땀을 흘리며 이번 여름은 예년보다 훨씬 덥다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경부고속도로 천안방향에서 10톤짜리 트럭 한대가 대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형님, 형님! 천안휴게소! 천안휴게소!! 저긴 꼭 들려야지요! 아니 다른덴 안들려도 저긴 들려야하지 않겄어요? 호도과자! 이 더운날엔 호도과자 하나 딱 때려야죠! 실한 알이 따아아악 박혀있고! 응? 그 앙금은 또 말예요! 달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그 영자누님의...! 응?? 좀 들립시다 이번엔”

요한은 조수석에서 조용히 핸드폰만 보고 있는 현우에게 주저리주저리 말을 건다. 그 모습을 보곤 피식하며 현우는 요한에게 말했다.

“다음 휴게소에서 밥먹을껀데 뭐하러 지금 간식을 먹냐,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고 직진해”

“아따 답답하네, 형님 누가 지금 먹는데요? 응? 지금이 아니라 밥 먹고 디쟈트로 먹는거 아니겄어요! 디쟈트!”

현우는 요한의 말을 들은 체도 안하고 핸드폰에만 집중한다. 그 모습에 궁시렁대며 요한은 빠른 포기를 했다.

“너 요즘 당 많이 올라갔다고 지호가 나한테 잔소리 엄청 늘어놓더라, 너 한번만 더 간식 사주는 모습 보면 날 죽여버리겠데”

현우는 여전히 핸드폰을 바라본 채, 요한에게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 소리에 요한은 궁시렁 대는 것 조차 멈추었다. 지호의 화난 얼굴이 눈가에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밥이나 맛있게 먹어야겠네요...”

풀이 죽은 요한의 모습에 현우는 살짝 웃고는 다시 핸드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천안휴게소를 지날 즈음, 요한은 주위를 둘러보다 이상한 모습을 발견하고는 현우를 황급히 불렀다.

“형! 형! 저기좀 봐봐요! 저 아저씨 이상하지 않아요?”

현우는 요한이 또 오버한다고 생각하면서,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차들이 빽빽히 들어서있는 고속도로의 갓길에서, 특이하게도 한 남자가 묵묵히 고개를 떨군 채, 땅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