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94(문피아, 조아라, 노벨피아)

1. 재활용 걸그룹 아나바다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55530

특수능력 걸그룹 매니저물입니다.

인기아이돌이었으나 마약, 도박, 학교폭력, 음주운전 등으로 인해
퇴출당한 4명을 다른 회사로 데려와서 4인조 그룹으로 재구성해서 다시 데뷔시킨다는 내용입니다.

과거를 볼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신입 걸그룹 매니저로 취직합니다.
원래 신문기자 출신이었는데 1화에서는 엄청 경력이 많은 것처럼 묘사되는 반면
막상 걸그룹 매니저 면접을 볼 때는 신문사에서 비정규직으로 1년 경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윗분들 눈치보느라 제대로 된 취재를 안하고 쉬쉬하던 대형사건을
선배와 함께 둘이서 파헤쳐 역대급 특종을 뽑았던 경력이 있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해당 신문사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신뢰도를 가진 곳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함께 취재했던 선배는 높은 자리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신문사를 나와 걸그룹 매니저로 취직하게 되죠.
그런데 이후 신문사에서 나온 이유에 대해 뭔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걸그룹 소설이지만 일반적인 매니저물과 달리 걸그룹 개개인의 매력이나
주인공과 담당 아이돌의 교류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게 묘사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억울한 사건을 파헤치는 사이다에 치중된 소설입니다.
그냥 행동력있고 인맥 좋은 주인공이 회사나 담당 걸그룹은 신경 안쓰고
혼자 자기가 담당하는 걸그룹의 억울한 사연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응징하는 사이다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이다패스 독자들에게는 확실히 어필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아군인 걸그룹의 멘탈케어도 등한시하느라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많습니다.

과거 주인공은 어떤 사람의 억울한 사연을 보도하려고 했으나
마지막에 높으신분들의 입김에 의해 기사가 나가지 않았고
주인공만 믿었던 억울한 사람은 차라리 희망을 주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게 아마 주인공이 신문사에서 나온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담당 걸그룹의 멘탈케어에 신경쓰지 않은 핑계거리로 사용하고 있죠.


저런 경험으로 인해 마지막 순간까지 같은 회사사람들과 담당 걸그룹에게까지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숨기는 주인공입니다.
사실 저는 37화까지 연재된 상태에서 읽었는데 그 때는 이미 첫번째 스토리가 끝나고
사이다를 터트리는 부분까지 연재된 시점이라 한번에 쭉 몰아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지를 보니까 34화까지 연재되었을 때 이전 내용이 수정되고 회사에 대표를 견제하는 상무가 추가되었다고 하더군요.
회사에 미리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경우 상무에 의해 견제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개연성을 확보하려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수정이 이루어지고 사이다 부분까지 다 연재된 상태에서 한번에 몰아 읽어서 좀 덜했는데
수정 전 상무도 없을 때 일일연재로 사이다 터트리기 전에 계속 고구마 파트가 질질끄는 부분에서 하차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을 것 같더군요.

사실 상무고 사이다고 다 감안해도 주인공이 정상인은 아닙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싸이코라는 댓글이 있던데 딱 그대로입니다.

작가는 나름 개연성을 신경써서 썼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악역이 권선징악을 당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사이다를 안겨줄 수 있지만
너무 거기에 치중하느라 자신이 담당하는 걸그룹의 멘탈케어를 등한시 한 부분은 매니저물로서는 최악입니다.


일단 글 자체는 독자들의 시선을 작가가 원하는 묘사에 집중할 수 있게 썼고
설정상으로는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연재되는 내용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독자들이 아예 신경쓰지 않도록 하는 그런식의 묘사 능력이 뛰어납니다.

만화로 치면 집중선을 잘 쓴다고 할 수 있죠.

이 소설은 매니저물이 아니라 그냥 능력있고 인맥좋은 주인공이 사이다 터트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소설입니다.
걸그룹과 연예계는 단순히 주인공의 능력을 돋보이기 위한 배경일 뿐이죠.



2. 요정의 노래 (조아라, 노벨피아)
http://www.joara.com/nobless/bookPartList.html?bookCode=1515185
https://novelpia.com/novel/558

게임캐릭터 -> 판타지세계 단체전이 다크판타지물입니다.

가상현실 게임을 하던 게이머들이 그 캐릭터의 몸으로 판타지 세계로 단체로 넘어가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캐릭터설정으로만 적혀있었던 플레이버 텍스트가 실제 성격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일반인과는 많이 달라진 사람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흑마법사의 경우 인신공양으로 제물을 바치기도 하고, 서큐버스는 색욕에 빠지고, 늑대인간은 인육을 먹는 등
더이상 평범한 게이머가 아니라 캐릭터에 잡아먹힌 사람들입니다.

주인공은 3위 길드의 길드마스터였는데 주인공의 본캐는 여동생이 플레이하고
자신은 여동생을 위해 만들었던 운디네 마법사 캐릭터로 플레이하다가 그 상태로 전이됩니다.
주인공과 여동생은 TS 된 것이죠.

이 외에도 TS 된 것으로 묘사되는 캐릭터가 가끔 나오는 편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원래부터 여성 게이머 비중이 높았던 것인지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많이 나옵니다.
심지어 전이된 판타지 세계의 기사나 정보원도 여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건 작가의 취향 같네요. 남캐보다는 여캐를 더 많이 등장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1위 길드와 2위 길드는 주인공과 친한 동료가 길드마스터이지만
전이된 곳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제국과의 외교는 3위 길드의 길드마스터 대행(길마 캐릭터는 여동생이 쓰고 있으므로)인 주인공이 담당합니다.

전이된 인원은 파악된 것만해도 20만명이 넘고, 함께 전이된 운영진의 말로는 당시 접속자는 30만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전이되었는지 안되었는지 파악되지 않은 인원도 엄청 많은 것이죠.

전이된 사람들은 비전투직도 많았기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여러가지 고생을 한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몬스터에게 붙잡혀서 식량으로 쓰이거나 번식도구가 되기도 하고, 사람에 의해 노예가 된 유저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유저는 죽어도 부활하기 때문에 죽어서 거점으로 돌아온 사람들에 의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고 전투직 유저들이 구출대를 편성해서 대부분 구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는 끝내 구출하지 못하고 실종 상태입니다.

반면 유저에 의한 범죄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덤벼오는 산적을 죽이면서 점차 도덕성이 결여되기 시작한 유저가 나중에는 마을처녀를 강간하고 범죄자가 되어 도망치는 일도 있고
위에 있는 것처럼 흑마법사의 제물이나 식량으로 쓰기 위해 판타지 세계의 주민들을 사로잡는 유저들도 많습니다.


주인공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유저의 대표가 되어 제국과 외교를 해서 반년에 걸친 사투 끝에 결국 조약을 맺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위 길드와 2위 길드는 제국의 수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관여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으므로
3위 길드의 마스터인 주인공이 대표가 된 것이죠.

전이된 유저들은 기본적으로는 각 길드 베이스를 거점으로 길드단위로 전이되었고
그 외의 유저들은 2개의 유저 대도시에 집중되어서 전이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이 후에도 20만명에 달하는 유저의 소재가 쉽게 파악된 것이죠.


일단 개인의 전투력은 고레벨 유저가 강한데 전체전력은 판타지세계의 인류제국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국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 2개의 제국이 서로 대치하고 있고 다른 왕국들도 있는 상황이라
나중에는 전쟁도 일어나고 여기에 유저도 개입하는 등 스토리가 국가단위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주인공과 여동생은 서로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이 부분이 이 소설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흔한 이세계 단체전이물은 대부분 생존이 메인으로 다루어졌던 반면 이 소설은 힘과 조직력을 갖춘 유저들의 길드가 취하는 외교적 입장과
플레이버 텍스트에 의해 캐릭터의 성격에 잡아먹히는 유저들의 딥다크 판타지 요소가 메인이 됩니다.

주인공도 예외는 아니라서 초반에는 유니크 종족인 운디네인데다 마스터 클래스라서 개인의 무력도 뛰어나고 거대길드의 수장인데다
유저의 대표라는 입장상 물의 요정의 여왕으로 불리면서 통치를 하는 내용처럼 묘사되지만
나중에는 주인공도 자신도 모르게 캐릭터의 성격에 잡아먹히고 여동생과의 갈등과 맞물려서 난장판이 됩니다.

원래 조아라에서 약 100화 정도 연재했었던 것 같은데 리메이크를 한 것 같더군요.
위에 링크한 조아라와 노벨피아 링크는 리메이크판입니다.
스토리는 중반까지는 비슷한데 나중에는 전혀 달라진다네요.
저는 리메이크 이전에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고 일단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딥다크 판타지라서 내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그래도 다크 판타지는 꽤나 읽어봐서 그런지 이정도면 수위가 좀 덜하네요.

지금 69화까지 연재되었던데 생각보다 편당 분량도 많고 작가가 취미로 쓰는거라 연중이나 유료화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공지로 유료화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더군요.

이번에 읽은 소설들은 둘 다 괜찮았는데 너무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나뉘어지는 작품들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1번 같은 경우는 그냥 머리를 비우고 사이다만 생각하고 읽으면 크게 부담없이 집중할 수 있지만

개연성을 신경쓰는 순간 최악의 글이 됩니다.

그래도 작가 코멘트로 구차하게 변명을 하지 않고 글로 표현하는 것은 괜찮네요.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독자가 집중할 수 있도록 시선유도를 잘하기 때문에

흔히 필력이 좋다, 몰입된다, 빠져든다 라는 평을 받는 소설들과 같은 느낌이라

독자 입장에서는 크게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2번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가벼운 분위기인데 뒤로 갈 수록 너무 시리어스해져서 첫인상과 전혀 다른 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