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75(문피아)

1. 지하 인간 생존 알고리즘
https://novel.munpia.com/216478

SF물입니다.

감정관리법이 시행되어 다른 사람 앞에서 강한 감정표현을 할 수 없게 된 시대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감정관리사라는 직업이 따로 있어서 고객을 케어해줍니다.

주인공은 지하 출신인데 센터와 미드 출신에 비해 지하 출신은 열등인간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지하 출신은 육체적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주인공은 불법적인 약을 사용해서 도핑을 하고 있는 상태이죠.

미드에 있는 회사에서 감정관리사로 일한지 10년이 된 주인공인데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센터에 진출할 기회가 생깁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붙잡으려면 다른 감정관리사들과 경쟁해야하죠.

안그래도 문피아에서 비주류인 SF인데다 스토리가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라 취향을 많이 탑니다.
그래서인지 70화가 넘게 연재되었는데도 조회수가 상당히 낮더군요.



2. 착한 엘프는 죽은 엘프
https://novel.munpia.com/233044

엘프가 현대의 지구로 넘어온 세계관입니다.

주인공은 엘프의 아래에서 일하던 인간마법사인데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을 알게되고 엘프에 의해 자신과 가족이 숙청당합니다.
엘프들은 주인공이 죽은줄 알고 내버려뒀는데 구사일생으로 주인공만 살아나게 되죠.
엘프의 앞잡이였던 주인공이 이제 인류를 엘프로부터 독립시키고 복수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설입니다.

현대배경이다보니 자동차 등 각종 현대문물이 나오는 가운데 마법사도 있는 세계입니다.
인간은 사실상 엘프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주인공이 처한 환경의 특성상 조금 암울한 배경이죠.



3. 리턴 무림
https://novel.munpia.com/231959

퓨전 무협 회귀물입니다.

전생에 무림인이었던 현대인이 다시 전생의 어린 시절로 회귀합니다.
현대에서 살던 시절에도 전생의 경험을 살려 검을 쥐게 되고 펜싱 국가대표가 되어 메달도 획득합니다.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깨어나보니 전생의 무협세계입니다.

단순히 세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어린시절로 회귀한 상황이죠.
미래를 알고 있는 상황이라 어릴 때 죽은 피가 섞이지 않은 의붓누나를 살리기 위해 함께 도망칩니다.

의붓누나는 의식을 잃은 주인공을 위하여 아버지의 돈을 몰래 사용해
어떤 도사에게서 환혼부라는 부적을 구매한 다음 주인공의 혼을 되돌렸다고 하는데
도사의 말로는 주인공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귀한 주인공의 특이한 행동도 별다른 의심없이 넘기게 됩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점 회귀를 하게 된것이 우연이 아니라 환혼부를 활용한 도사의 안배였다는 쪽으로 떡밥이 뿌려집니다.
흔한 회귀물과 달리 현대에서 생활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회귀물과 퓨전물을 적절하게 잘 섞었을 때 나오는 시너지가 발휘됩니다.



4. 금강역사
https://novel.munpia.com/164130

무협물입니다.

소림사의 승려가 주인공입니다.
초반에는 스승 시점에서 제자를 얻는 과정이 메인으로 나오는데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제자쪽으로 주인공 포지션이 넘어갑니다.
가벼운 현대무협과는 달리 좀 묵직한 구무협 느낌인데 분량도 무료연재로 147화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문제는 스토리 진행이 너무 지지부진하고 작가의 고정관념이 너무 심하게 표출된다는 점입니다.
초반에는 숭의문처럼 스승과 제자의 수련이 상당히 괜찮은 그림으로 나오지만 이게 초반에 잠깐 나오는게 아니라 매우 오래동안 나옵니다.
일상물처럼 평범한 일상만 읽어도 재미있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 상당히 지루한 내용이 길게 이어집니다.

또한 무협소설이다보니 전투장면이 나와야하고 그러려면 갈등이 일어나야하는데 여기서 주인공과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들은
자기가문이나 문파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철없는 도련님들만 여러명 나오는 원패턴 소설입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똑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죠.
말로는 태산북두 소림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소림을 엄청나게 깔보는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옵니다.

초반 몇 편만 괜찮고 그 이후에는 굉장히 재미없어지는 용두사미의 표본 같은 소설입니다.
원래 이런 소설은 소개 안했는데 읽은 분량이 아까워서 포함했습니다.
나중에는 재미있어지겠지... 하면서 계속 읽었는데 반전은 없더군요.



5. 영화, 더러워서 내가 만든다
https://novel.munpia.com/230276

영화감독물입니다.

고등학교시절 천재소설가로 불리며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주인공인데
그 소설을 원작으로 나온 영화와 드라마는 모두 졸작 소리를 들으면서 망했습니다.
트라우마로 더이상 글을 쓰지 않게 된 주인공이죠.
하지만 소설이 워낙 잘팔렸기 때문에 돈걱정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엔터에 입사해 매니저로 일하면서 실장까지 올라왔습니다.
배우를 담당하고 있는데 주인공이 일을 잘해서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명한 영화감독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게 되죠.
그런데 변호사가 찾아와 그 영화감독의 유품에 주인공과 관련된 물건이 있었다면서 주인공에게 넘겨줍니다.
이 유품을 얻고나서 주인공은 영화에 대한 재능을 얻게 됩니다.
새로운 재능을 깨닫고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주인공은 결국 매니저일을 접고 영화계로 뛰어들게 됩니다.


글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편입니다.
엄청난 흡입력이 있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계속해서 다음편을 보게 되는 그런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죠.

다만 작가가 일반인과는 상당히 많이 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눈치없는 사람, 나쁘게 말하면 고문관 스타일입니다.

작품전체에 걸쳐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거나 실례가 될 수 있는 언행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주인공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조연들도 그런 장면을 종종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게 좀 더 나아가서 개연성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소설의 작가는 개연성을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작가 입장에서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죠.
흔히 싸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 대해 말할 때 일반인과는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하죠.
범죄행동에 대해 이게 잘못된 것이라는 그 자체를 모르는게 싸이코패스
잘못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자제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 소시오패스라고 합니다.

싸이코패스 같이 범죄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나 말에 대해 뭐가 문제인지 그 자체를 못 느끼는 상황입니다.
지식으로는 알고 있어도 공감을 할 수 없는 것이죠.
이런 경우는 다른 사람이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알려주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줘서 일반인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댓글을 보니 작가에게 현업에 대한 자료조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는 독자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저도 비슷하게 느껴서 단순히 같은 장르의 소설들을 많이 읽었을 뿐, 아직 학생이거나 회사생활을 제대로 안해본 사람인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일반인과는 다른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저런 문제가 있음에도 글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독자가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잘 알고 그 부분을 제대로 공략하는 글입니다.
연애를 글로 배운 사람이 연애소설을 써도 독자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적절하게 쓴 글은 재미있죠.
이 소설도 마찬가지로 감독물이나 매니저물을 많이 읽은 작가가 그 소설들의 핵심을 잘 파악해서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소설입니다.

분석을 잘한 것인지 본능적으로 파악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작가가 일반인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게 알려주고
작가가 자신이 일반인과는 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피드백을 잘 수용한다면 충분히 대성할 수 있는 작가라고 느꼈습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3번 리턴 무림, 5번 영화, 더러워서 내가 만든다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