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74(문피아, 조아라)

1. 죽은 헌터를 위한 파반느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25166

헌터세계 밀리터리 첩보물입니다.

경찰인 주인공이 어떤 헌터에게 물건을 받게 되는데 그 헌터는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는 주인공도 그 물건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세력으로 부터 노려지게 되죠.

위기의 순간 각성자가 되어 살아난 주인공인데 이리저리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나중에는 국정원에도 들어갔다가
각성자로 이루어진 용병단체의 일원이 되기도 합니다.

이 세계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에게도 현대화기가 통하기 때문에 괴수처치는 군대가 담당합니다.
일반인보다 강력한 각성자는 군대에 비해 좀 더 저렴하게 쓸 수 있어서 용병취급을 받죠.

그런데 각성자라고 흔한 헌터물처럼 능력으로 싸우거나 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총을 사용합니다.
헌터물의 가면을 쓴 밀리터리물인 것이죠.


글 자체는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나온 소재들을 이리저리 모아서 잘 짜맞추었습니다.
영화같은 연출에 특히 더 신경을 쓰는 소설이죠.
다만 너무 다른 작품들에 나온 인상적인 연출을 재현하려고 하다보니 중간중간 개연성부분에서 구멍이 생깁니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죠.
작가가 원하는 결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기 위해 그럴싸한 원인을 설정합니다.

문제는 이 그럴싸한 원인이 결과만 보면 그럴싸할뿐, 원인이 등장하는 그 자체의 개연성은 엉망입니다.
너무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중간중간 개연성에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이죠.

이런 문제가 흔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 전체에 걸쳐서 여러번 나옵니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개연성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죠.


영화적인 연출과 밀리터리 첩보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소설이 마음에 들 것 같습니다.
항상 개연성이 엉망인 것은 아니고 가끔가다 한번씩 나사빠진 설정이 나오는 것 뿐이라 개연성에 민감한 독자가 아니라면 넘어갈만하구요.




2. 정령이 되어버림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34028

현대 -> 판타지 퓨전물입니다.

정령을 좋아하던 현대인이 자신이 읽었던 소설세계에서 정령으로 환생합니다.
사실 정령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정령과 함께하고 싶었던 것인데 자신이 실프가 되어버립니다.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이고 실프는 자유분방하고 장난끼 넘친다는 인식이라 다른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흔한 정령물과는 달리 소설빙의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좀 더 가이드라인이 확실하죠.
일반적인 정령물은 이름만 정령이고 사실상 인간화해서 그냥 평범한 판타지 모험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소설은 정령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스토리 진행도 적절하게 이어나갑니다.




3. 튜토리얼에서 회귀자를 주웠다.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33445

탑 등반물의 튜토리얼 요정이 되는 소설입니다.

원래 제목은 '튜토리얼 속 요정이 되었다' 였는데 오늘보니 제목이 바뀌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원래 제목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탑 등반물은 이제는 흔한 설정이죠.
그리고 튜토리얼 요정이 되는 소설도 여러번 나왔습니다.
다만 그런 소설들은 대체로 초반에 잠깐 반짝했다가 나중에는 소재고갈로 인해 스토리 진행이 막히고 연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죠.

이 소설의 경우 아직 24화까지 연재된 상태라 마찬가지로 초반이라고 볼 수는 있는데 비교적 다른 튜토리얼 요정물에 비해서는 설정이 탄탄한편입니다.
튜토리얼 요정들의 일상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그려냈고, 탑의 여러가지 숨겨진 비밀들에 대해 서서히 밝혀지는 등 떡밥 투척도 자연스럽더군요.




4. 구룡 사이버펑크 96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10867

판타지종족이 지구에 정착한 미래배경의 SF물입니다.

요즘은 상당히 흔한 설정인 오크나 엘프 등이 지구에 정착한 세계입니다.
주인공은 엘프인데 느와르물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입니다.
다만 설정은 매력적이지만 글 자체는 생각보다 흡입력이 없더군요.
하지만 문피아에 SF물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라 희소성이 있고
제 취향에 안 맞을 뿐이지 다른 분에게는 취향에 맞을 수도 있습니다.



5. Lv.99 흑염의 프린세스 (조아라)
http://www.joara.com/romancebl/view/book_intro.html?book_code=1489336

현대배경 여주인공 헌터물입니다.

게이트가 발생된 초창기에 각성한 헌터 중 한명인 주인공인데 언노운 게이트에 휘말려 오래동안 게이트 안에서 생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게이트에서 탈출하고 보니 30년이 지난 미래입니다.

군인처럼 다뤄지던 과거와 달리 헌터에 대한 체계도 새롭게 잡혀서 이제는 유명한 헌터는 아이돌 취급도 받는 시대입니다.
발전한 기술과 바뀐 사회를 접하게 된 주인공인데 비교적 시크한 성격입니다.

주인공은 과거 게이트에서 죽은 것으로 기록되었는데 현재는 조력자에 의해 새로운 신분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1세대 헌터라는 사실은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알던 사람들도 모두 죽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정체를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주인공도 별로 중요치 않게 여기고 있는 상황이고
조력자가 일부러 이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묵인하고 지나가죠.

조력자에 의해 가입하게 된 길드에서는 주인공을 차세대 유망주라면서 막 밀어주고 등급을 검사할 때는 새로운 S급의 탄생일지도 모른다면서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었죠.
현대의 체계에서 S급 각성자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검사장치는 제대로 능력을 읽어내지 못하고 F급으로 결과를 내놓습니다.
그로 인해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주인공은 딱히 신경을 안 쓰고 있습니다.
미래로 온 헌터라서 특이하다기보다 주인공 자체가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 세계에서는 헌터 중에서도 컨셉헌터라고 해서 실제 전투능력보다 독특한 컨셉으로 인해 인기를 얻는 헌터들도 있는데
주인공도 그런 컨셉 헌터 중 한명으로 취급 받습니다.
다만 컨셉 헌터는 대부분 약하다는 인식이고 광대취급이라 F급인 주인공을 깔보는 사람들도 많죠.

최신화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고, 필요하면 과거 죽은 것으로 기록된 1세대 헌터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6. 뱀이로소이다 (조아라)
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493898

헌터세계 짐꾼이 몬스터로 환생하는 내용입니다.

각성을 못한채 짐꾼으로 일하던 주인공인데 사냥터에 평소에 출몰하는 것보다 더 높은 등급의 몬스터가 나타나자 모두들 도망치는 와중에 미끼가 되어 죽었습니다.
죽기 직전에 각성했는데 그 능력으로 인해 주변에 있던 몬스터의 알에 빙의하게 되고 몬스터가 되어 환생한 상태이죠.

몬스터 먹이사슬에서 최하급인 새끼뱀이라서 생존부터 신경써야하는 상황인데다
주변에 사냥하러 온 헌터에게 접촉하고 싶어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으니 인간과의 접촉도 어려운 몬스터 환생 생존기입니다.
점점 다른 몬스터를 사냥하고 진화해나가는 평범한 몬스터 환생물이 초반 스토리입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2번 '정령이 되어버림', 3번 '튜토리얼에서 회귀자를 주웠다.' 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1번 '죽은 헌터를 위한 파반느' 도 나름 괜찮게 읽었고 최신화까지 정주행했지만

사실 기존에 나온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등장한 인상적인 연출을 짜집기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밀리터리 첩보물 소설도 꽤 많이 나왔죠. 그런 소설들을 바탕으로 각성자물을 살짝 섞고 영화적인 연출에 힘을 실어서 나온 결과물이라

오리지널리티는 좀 부족하지만 완성도는 비교적 괜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