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들

1. 내 독일에 나치는 필요없다

가장 무난하고 대세인 2차대전 대체역사 밀리물.

밀리물이라서 잡고 봤는데, 실상은 대체역사에 방점을 찍은 소설이고 전투 묘사는 매우 간략화 돼서 없다시피 합니다. 대전략 게임처럼 전략만 다루고 전술 단위는 전투 결과 서술 수준.

30년대 말부터 40년대까지 당시 정치 군사 외교 역학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꽤 지루할 수도 있지만, 밀리를 제외하고 민심 선동 기술과 외교에 중점을 두고 심도깊은 얘기를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점은 상당히 수작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교양도 꽤 높은 수준으로 보이고요.

권 단위인 페이퍼북으로 한꺼번에 냈으면 좀 더 짜임새 있는 글이 나왔을 테지만, 웹 연재로도 충분한 개연성과 서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다면 추천작입니다.

2. 공포흉가 비제이

문체만 볼 때, 나이 어린 작가가 온갖 잡소리나 헛소리를 섞어서 쓴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습작 같은 대충 쓴 듯한 느낌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글보다는 만화 쪽으로 만들었으면 개그와 공포가 섞여 있어서 꽤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스타일은 만화에서 많이 보이니까요.

내용에 대한 평을 하자면, 묘사와 장치를 하나씩 쌓으면서 스텝업 해가는 과정을 상당히 꼼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꽤 오래 고민하면서 쓴 글이거나 내공이 쌓여있는 글인 것 같습니다.

공포 계열에 필요한 요소인, 몰입과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깨지 않는 서술을 보여줍니다. 추리 요소도 나오긴 하는데 본격 추리물이랄 수 없을 정도로  복선에 대해선 상당히 알기 쉽게 배치하고 대놓고 범인에 대한 힌트를 보여주고 있어서 독자의 개인 취향에 따라서 호오가 갈리겠군요.

문체는 아쉬운 듯 하면서도 이런 글엔 이런 문체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개성으로 보고 받아들일 만한 글 같습니다.

독자의 뒤통수를 칠 정도로 충격적인 소재나 반전같은 건 없고 꽤 괜찮은 수준 정도입니다.

장안의 화제가 될 법한 글은 아니겠지만, 한 번 쯤은 볼만한 글 정도.

3. 괴담 동아리

이것도 공포 소재인데, 위의 글과는 다르게 순수 공포 계열로 갑니다. 근데 공포 게임 비주얼 노벨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드벤처 게임 시스템을 차용해서 반복과 선택에 따른 분기를 보여줍니다.

미션 달성형 에피소드 모음집인데, 첫 에피소드는 도입부로써는 꽤 괜찮고 소설의 방향을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흥미를 끌어모으고 국내 소설 중에선 나름 신선한 전개에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근데 바로 두 번 째 에피소드에서 참 실망스러워서... 괴담에 대한 묘사 자체가 엉망이고 해결 방식에 대한 묘사도 엉망입니다. 사람들의 평이 나쁘지 않은 걸 보면 그 이후엔 또 괜찮은가 본데, 전 여기가 한계.  주인공 단독 활약에 주변 인물들은 악세사리입니다. 캐릭터들간의 연계와 케미를 기대할 수도 없고 괴담이란 것도 무섭거나 흥미를 끄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이후 에피에선 더 실망할까 두려워 진도를 못 나가겠더군요.

4. 성스러운 아이돌

팬픽이라 얘기할 수 있습니다. 가상의 아이돌을 하나 만들고 그에 대한 팬픽.

여성 작가가 썼다는 걸 여실히 알 수 있을 만큼 남성 아이돌 그룹에 대한 사생활 묘사가 헛웃음 나올 수준이긴 합니다만, 심하진 않아서 소설 캐릭터에 대한 박스를 만들어서 그 바운더리 안에 들어간 전형적인 캐릭터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퇴마물에 연예계와 이세계 출신 주인공을 섞은 건데, 이것저것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을 짬뽕시켜서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을 불러 모으겠다는 거죠.

글 자체가 남성 취향과 여성 취향을 섞은 글이라서 서로 다른 취향의 글에 대한 신선함과 흥미로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개그 요소를 계속 넣으면서 주인공에 대한 애착을 부여해서 고정 독자층을 만들려고 하고요.

근데 다양한 요소를 섞으면서도 각 내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묘사가 없다는 점은 명백한 한계로 다가옵니다. 팬픽이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그것이고요.

그리고 갈등을 유발하는 척 하다가 대충 묻어버리는 등 늘려쓰기를 하느라 템포가 늘어집니다. 뒤로 갈수록 스토리 진행 없이 퇴마 장르 하다가 연예 장르 하다가 아이돌 성장물 찍는 등 독자들이 질리지 않게 분위기 환기를 시키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은데 내용에 실속이 없다 보니 중구난방으로 난잡해 보입니다.

닥터 최태수는 있어 보이는 척 수술 묘사라도 어디 의학 사례에서 베끼기라도 하는데, 여기선 그냥 뭐 좀 하는 척 하다가 본격적인 얘기 들어가기 전에 관두는 수준이라서 분량이 늘어날수록 글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5. 예술고 천재가 되었다

나름 괜찮게 보고 있습니다. 무난한 회귀 성장물. 이전에 보지 못 했던 성악 계통이라는 장르도 신선한 편이고요. 단지 아직 초반인 셈인데 전문 기술 분야에 대한 서술 등 흥미를 끌만한 요소는 거의 다 소진한 게 아닌가 싶은 모습이 있어서 이후 글이 늘어지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과 서술에만 치중하면서 단순 연애물 혹은 파워 인플레 경연물이 돼서 지루해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는 우려는 좀 있습니다. 나온 편수가 적어서 평도 짧습니다.

6. 주인공이 자비를 숨김

쉰내 팍팍 날 정도로 아재가 쓴다는 느낌.

캐릭터들은 정형화 돼 있습니다. 소문자도 아니고 대문자로 CHARACTER 라고 쓴 느낌이랄까요. 어딘가 다른 소설들에서 좀 특이하다 싶은 캐릭터들을 작가가 보고 그대로 복사한 듯한 성격과 말투를 씁니다. 이렇게 대놓고 양판소에 등장하는 공장제 양산형 캐릭터를 쓰면 평가 자체를 불허하고 다른 요소로 평가해야죠. 창의력애 대해선 좋은 평가를 하기가 힘들고요.

그런데 스토리 텔링 능력이 괜찮아 보입니다. 캐릭터를 만드는 노력을 최대한 아껴서 스토리를 만드는데 집중한 것 같군요. 팝콘 먹으면서 시간 때우기로 보기에 딱이네요. 간결하고 적당한 분량으로 에피들을 짤라내는 흐름은 요새 유행을 신경쓰는 듯 합니다. 전개에 무리수를 두지 않고 흐름에 개연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리듬도 간결하다는 점은 대중성을 고려한 평작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메이킹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는데도 말이죠. 그렇다고 수작이랄 수도 없지만요.

있으면 시간때우기로 보고, 없으면 안 봐도 굳이 상관없는 소설.

7. 아포칼립스의 고인물

아포칼립스란 소재도 요새 종종 쓰이는데 이 소설에선 게임과의 결합을 통해 생존하기 위한 레벨업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장기간 묶어두려고 하는 시스템이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과장된 보조 캐릭터가 주인공을 서포트하게 해서 독자의 흥미를 끌려고 합니다.

적당히 생존 재난물 주인공 무쌍으로 볼만하지 않나 싶기도 했으나 전투 묘사가 절망적일 정도라서 이걸 차라리 캐릭터 개그물로 보는 게 맞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몬스터를 만나서 때렸다. 잡았다. 경험치 쌓였다 수준의 전투 묘사는 참...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로 대표되는 생존 호러 시스템을 차용한 묘사가 한 번 나와서 꽤 정교한 묘사를 하긴  하는데 그건 아무리 봐도 게임을 베낀 것 같은 느낌이고.

주인공 혼자 살아남는 것만 목표로 하는 내용이고 주변에 있는 다른 등장인물들은 대충 죽든가 알아서 살게 내버려두고 유용가치가 있으면 이용해 먹는 내용이니 윤리 가치를 따지며 볼 내용은 아닙니다. 그냥 주인공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상하기 힘든 소설이란 정도.

액션이 많이 무너지다 보니 그냥 대충 휙휙 보는 그런 글이 되네요.

한꺼번에 쓰려니까 리뷰를 대충 생각나는대로 쓰게 되네요.

요새 개인적으로 액션 묘사는 무장 작가가 괜찮던데 일상 묘사는 뻔한 클리셰 투성이라서 한 편을 다 보는 게 피곤해서 힘들군요. 진도 안 나가니까 도중에 멈춰서 딴 거 보고 있는데 액션 고프면 나중에 보던가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