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제 평전

  중국 샤먼(厦門: 하문)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샤먼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장자오청(蔣兆成: 장조성, 1929~)과 왕리건(王日根: 왕일근, 1964~)이 공동으로 쓴 평전이고 이은자가 번역하고 민음사가 출판한 책이다.

 72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에서 제1, 2, 3, 4, 5, 12장은 장자오청이 집필했고 나머지인 제6, 7, 8, 9, 10, 11장은 왕리건이 집필했다. 두 사람이 시대와 주제별로 구분해서 나눠 쓴 것이다.

 청나라 순치제(세조)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현엽(강희제)은 청나라의 최전성기인 강건성세(康乾盛世)를 일으킨, 청나라 최고의 성군(聖君)이다.

 순치제가 죽자 여덟 살의 나이로 황제가 된 강희제(康熙帝)는 오배, 색니, 소극살합, 알필륭 등의 네 대신과 조모(祖母)인 태황태후(太皇太后), 효장문황후(孝莊文皇后)의 섭정을 받게 된다. 효장문황후는 청 태종 홍타이지의 후궁이었으며 순치제의 모후(母后)로서 순치제의 즉위 때에도 섭정을 했었던 여걸이다.

 섭정을 하던 네 명의 대신 중에서 오배가 전권을 잡고 휘두르게 되면서 강희제는 삼국지에서 위나라의 조씨 황제가 사마씨에게 실권을 빼앗기고 허수아비 황제로 있다가 그 황제 자리마저 빼앗기게 되는 것과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지모로 오배를 사로잡아서 처형하고 그의 세력을 제거하여 열여섯 살의 나이에 실질적인 친정(親政)을 하게 된다.

 강희제는 삼번의 난을 진압하고 대만까지 정벌하여 중국 대륙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고 역사적으로 중국의 가장 큰 위협이었었던 몽골에서 준가르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이마저 평정하고 만다. 또한 준가르족을 지원했었던 티베트에 군대를 보내 정복하여 티베트를 중국의 영토에 편입시킨다.

 강희제는 탐관오리들의 횡행을 경계하여 청백리들의 청렴결백을 숭앙하고 탐관오리들을 엄중히 벌함으로써 나라의 기틀을 굳건히 다졌다. 그리고 늘 애민정신을 가지고 정사를 돌보며 몸소 검약하게 생활했다.

 그리고 황하와 회수의 물길을 다스려서 홍수나 가뭄으로부터 백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치수(治水) 사업을 크게 일으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수정과 보완을 해 가면서 나라와 백성을 위한 성군 으로서의 존경받아 마땅한 면모를 보여 준다.

 학문에도 열의를 보여서 신하들과 박식한 토론을 하여 신하들이 황제의 해박한 학식에 경탄하게 하면서 인재를 등용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어서 연줄에 의하지 않고 진정한 실력에 의해서 인재를 고루 뽑아 곧고 현명한 정사를 수행하도록 독려한다.

 62년의 재위 기간 동안에 그가 중국과 중국인들을 위해서 검약하며 심혈을 기울여 노력한 결과는 현재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드넓은 영토 확장을 비롯해서 끈질긴 애민 정신으로 민생을 안정시키고 내란과 외환의 근심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를 만든 치안과 국방의 행정 등, 성군으로서의 자질이 차고 넘치는 위대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강희제는 1722년에 병사하면서 넷째 아들 윤진에게 황위를 물려주는데 이 사람이 강건성세의 제2대를 계승하는 옹정제( 雍正帝 )다.

 이 책은 내용이 매우 딱딱하고 역사적 사실의 객관적인 서술에 치중했으며 숱한 사료와 책의 내용을 옮겨와서 편저(編著)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책이었다.

 여진족이나 한민족이나 중국으로부터 핍박을 받아왔었던 약소민족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여진족은 한민족과는 달리 진보적이고 실용적인 가치관에 의해 행동해 왔고 그 위에 뛰어난 지도자들을 만나서 약소민족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중국 대륙을 정복하고 통일하여 한족, 몽골족과 화합하며 만주 족(여진족)이 주가 되어 통치하는, 이전보다 더 강대한 중국을 만들었던 것이다. 

 아무튼 중국은 영토의 넓이나 인구의 수나 여러 가지 면에서 경이로운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비민주적인 체제나 미개한 식습관 등의 낙후되고 고쳐야 할 점도 많은 나라지만 그 드넓은 영토와 수많은 인구를 통 치한다는 것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라.

 강희제는 중국인의 주류인 한족들도 성군으로 떠받드는 인물이다. 청나라의 황족들이 먼 조상으로 여기는 관우는 조조를 정벌하다가 육손의 계략에 의해, 조조와 군사 동맹을 맺은 오나라에 사로잡혀서 참수되어 영웅의 호방한 뜻을 접고 말지만 청나라의 황족들은 그 관우가 이루지 못한 뜻을 펼쳐서 수백 년간 중국 대륙을 다스리게 된 것이다.

 중국 대륙을 정복하고 통일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국운을 융성하게 하여 만주족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족과 몽골족들에게도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준 성군의 해박하면서도 대담한 치적에 그저 감탄하게 될 뿐이다.

 읽는 재미는 그리 없는 딱딱하고 무거운 내용의 책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강희제의 애민 정신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들은 세대를 뛰어넘는 수긍과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같은 동이족( 東夷族 )이었지만 약소민족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히려 중국 전역을 통치하게 된 만주족의 굳세고 슬기로운 기상을 보면 그들을 본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었다.

 강건성세를 열어서 청나라의 기틀을 흔들림이 없게 더욱 굳게 다져 놓은 강희제의 면모를 이 책을 통해서 살펴 보면서 무한한 경의와 함께 영웅의 웅대한 뜻과 그 진솔한 실행 과정에 뜨거운 공감과 갈채를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