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주선협물 몇 개 읽어본 감상

여주선협물도 의외로 많길래 

평가 최상위인 것 몇 개만 골라서 맛보기로 건드려 봤습니다.

공통점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살짝 경향성이 보이긴 하네요.

1. 평균적으로 분량이 적은 편이다

좋게 말하면 남주선협물처럼 미친듯이 늘려쓰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꾸준히 오래오래 쓸만큼 스토리가 안 나오는 것 같고요.

2. 심리묘사 비중이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 여주물도 마찬가지죠. 국적 상관없이 여성작가의 특징인 듯.

수련하고, 경지 올리고, 뭐 만들고, 생사혈전을 벌이고, 보물 쟁탈전 하고 그런 내용보다 

주인공이 얼마나 고생하고, 번뇌하며, 힘겨워하는지에 대한 내용에 중점을 둡니다.

또한 주변인물들의 심리묘사도 매우 자세한 편입니다. 비중도 크고.

3. 공법, 법보, 비술, 깨달음, 이런 거 별로 신경 안 쓴다

안 나오는 건 아닌데 남주물에 비하면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남들은 하나밖에 없는 원신이 다섯 개나 되어 

수련속도가 몇 배나 되고 감지능력도 압도적인 여주가 나오는 작품이 있는데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언제 정신분열증 걸릴까 벌벌 떠는 내용만 나옵니다. (2번과도 연관성이 있죠)

4. 독자들이 남주 존재여부를 매우 궁금해 한다

한국남성독자들이 여주물 접할 때도 비슷한 반응이 많죠.ㅎㅎ

남주 있음? 연애 있음? ← 대표적인 질문들.

중국도 비슷하더군요. 여주물에 연애가 중심이 되면 남성독자들은 거의 안 봄.

추천글 보면 '연애비중 매우 낮음'이나 '남주없음' 같은 걸 장점으로 꼽거나 합니다. 

몇 개 건드려본 경험으로 느낀 건 '좀 답답하다'는 겁니다.

주인공이 답답하다는 게 아니라 진도가 안 나가서 답답해요.

50챕터 쯤 읽어야 뭔가 사건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고 

100챕터 쯤 읽어야 사이다 한 번 나오고 

분명히 엄청난 이득이 있는 치트가 있는데 제대로 활용하는 묘사는 없고...

반면에 묘사에 깊이가 있고 등장인물들간의 상호작용도 세밀하게 묘사됩니다.

일반적인 선협물에서 템 먹고 랩 올리고 상위직으로 전직하고 이런 RPG의 느낌이 아니라 

좀 더 생활감, 생동감이 넘친다는 거죠. 게임로그가 아니라 정말 소설 읽는 느낌이 납니다. 

대신에 그만큼 분량을 잡아먹어서 속도는 더 느려지고요.

제 중국어실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서 

독해속도가 2~3배쯤으로 향상되면 

여주물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장은 힘들 것 같네요. 

마음 단단히 먹고 5시간 쉬지 않고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아무런 진전도 없다는 느낌을 받았을 땐 정말 허무하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