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의 증언(김병화 역)

 지난 2003년에, 조선일보사에서 박석기의 번역으로 1986년에 출판한 "쇼스타코비치의 증언"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각 장별로 다이제스트와 해설을 써 놓아서 독후감에 갈음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읽어 봐도 솔로몬 볼코프가 쇼스타코비치의 구술을 속기로 적어서 정리한 내용의 핵심을 잘 정리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 그 글의 어색한 내용을  약간 고치 고 맞 춤법을 보완하여 수정해 놓았었다.

 그런데 2001년에 이론과 실천사에서 김병화의 번역으로 출판한 번역본이 올해, 2019년에 온다프레스라는 출판사에서 재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이 일어나서 도서관에서 관외 대출을 하여 다시 한번 읽어 보게 됐다.

 이 번역본은 솔로몬 볼코프가 쓴 러시아어 원문을 안토니나 W. 부이스가 영역한 것을 김병화가 중역(重譯)한 것이라서 직역(直譯)이 아닌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박석기가 번역한 책은 관외 대출한 도서관에서도 폐기가 됐는지 찾아 볼 수 없어서 직역인지 중역인지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김병화 번역본은 실 페이지수가 585페이지이고 박석기 번역본은 총 페이지 수가 378페이지로 검색되니 글 자의 수로 는 단연코 김병화 번역본이 더 충실하리라 여겨진다.

 번역의 내용을 보면 박석기의 번역본은 대화체의 번역이 많아서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현장감이 더 두드러지게 부각되는데에 비해 김병화 번역본은 서술체의 번역이 많아서 좀 딱딱하고 건조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번역은 그 진의 전달의 정확성에서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경어를 쓰는 대화체의 박석기 번역본이 좀 더 실감이 나고 문장의 요지를 더 잘 파악해서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번역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이제스트로 추려 놓은 부분만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부분들만 비교해 본 것이다. 대화체를 강렬하게 살려 놓은 박석기 번역본이 더 실감나게 다가오고 서방의 독자들을 겨냥해서 스탈린 독재 치하, 그리고 그 이후의 흐루시초프와 브레즈네프 치하의 소련 정치계와 분화계, 일반 사회를 폭로하는 고발정신과 위기의식이 예리하고 리얼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석기 번역본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는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도 소장된 곳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두 번역본의 가장 눈에 두드러지게 띄는 차이점은 각 장의 제목이 판이하다는 것인데 그 장별 제목을 여기에 소개해 보겠다. 여기서 전자는 박석기 번역본이고 후자는 김병화 번역본이다. 여기서 쿠스토디예프는 러시아의 화가로서 쇼스타코비치의 열 세 살 때와 열일곱 살 때의 그림을 그려준 사람이다.

 제1장: 글머리 → 서문

 제2장: 진실의 음악을 찾아서 → 제1장: 어린 시절: 쿠스토디예프

 제3장: 나의 인생과 나의 예술 학교 → 제2장: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가들: 스트라빈스키와 글라주노프

 제4장: 러시아 혁명의 응달 → 제3장: 메이예르홀트와 투하쳅스키

 제5장: 비난과 저주와 공포 속에서 → 제4장: 맥베스 부인과 형식주의

 제6장: 강자의 발바닥을 햝으며 → 제5장: 새롭고 강력한 음악

 제7장: 폭력에 희생된 죽음에의 항변 → 제6장: 체호프에 관한 명상: 진실과 죽음

 제8장: 억압받는 민중의 비극을 → 제7장: 무소륵스키의 음악

 제9장: 곡예의 슬픈 잿빛 인생 → 제8장: 스탈린과 예술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