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암의 수호전(수호지) 완역본

  2005년 겨울에 수호지 축약본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서 올여름에는 수호지 완역본을 읽게 됐다.

 이 소설의 제목은 원래는 수호전( 水滸傳)인데 우리나라에 전래될 때 좀 더 유명한 삼국지의 영향을 받아서 수호지(水滸誌)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수호전은 삼국지연의, 서유기, 금병매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四大奇書)라고 한다.

 "수호(水滸)"라는 말은 중국의 삼경 중 하나인 시경의 "면"이라는 시에 등장하는 말인데 가존 사회를 의미하는 물(水)에서 살짝 벗어나 그 언저리(滸)를 맴도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패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떠돌 수밖에 없었던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108명의 호걸들의 근거지가 호수 안의 섬들인 양산박이었으니 직역해서 물가에서 살던 108 호걸들의 전기라고 일컬어도 무방하겠다. 그러니까 속되게 표현하면 삼국지가 제도권 안에서 활약하던 영웅들의 이야기인 인싸전이라면 이 수호전은 제도권 밖에서 활약하던 도적 무리들의 아싸전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한 달 보름 만에 읽은 책인데 장장 2000페이지에 가까운 대하소설로 활자 크기도 꽤 작은 편이어서 읽기에 상당히 불편해서 중도에 읽기를 포기할까도 많이 생각해 봤었지만 양산박의 도적떼가 관군들의 대규모 공세를 격퇴하고 나서 송 황제의 초무를 받고 외환과 내란을 진압하는 제3, 4권은 제1, 2권에 비해 훨씬 더 흥미진진해서 끝까지 읽게 됐다.

 이 책의 원본은 가장 완비된 120회본인 "충의수호전(忠義水滸傳)"으로 중국 연변대학의 교수진으로 짜여진 수호지 번역조가 공동 번역한 것이다. 중국의 동북 지방의 조선족들은 대부분 북한어를 사용하므로 생경한 어휘가 자주 등장하는데 한국의 출판사인 사단법인 올재에서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만 수정하고 일부 북한어는 순우리말의 어감을 살리기 위해 고치지 않고 각주를 달아서 이해를 도왔다.

 중국의 송나라에서 인종이 다스리던 때에 천하에 전염병이 돌자 조정에서는 전염병 퇴치를 위한 기도를 올리기로 하고, 태위(太尉) 홍신(洪信)을 칙사로 삼아 용호산(龍虎山)의 장천사(張天師)를 초빙하게 했다. 홍신은 고생 끝에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장천사는 벌써 구름을 타고 도성으로 출발한 다음이었다. 홍신은 경내를 둘러보다가 마왕이 갇혀 있는 복마전(伏魔殿)을 보고 흥미를 느껴 도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권( 强權)으로 그 문을 열게 했다. 거기서 홍신은 "우홍이개(遇洪而開)"(홍씨를 만나 열린다)라는 글이 새겨진 비석을 발견하고 그 비석 아래를 파게 하니, 깊은 구멍의 바닥에서 음산한 소리가 들려오다가 이윽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복마전 일각을 날려 버렸다. 솟아오른 검은 연기는 이윽고 무수한 금빛으로 변하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것은 그곳에 봉인되어 있던 36개의 천강성(天罡星)과 72개의 지살성(地煞星)으로 이루어진 108인의 마왕이었다.

 그 후, 권력자의 미움을 사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거나 큰 누명을 쓴 사람들, 화적(火賊)들, 죄를 짓고 쫓기는 사람들 등이 산동성의 넓은 호수 안에 있는 섬들인 양산박(梁山泊)에 모여든다. 부패한 탐관오리들이 넘쳐나고 매관매직이 상식처럼 돼 버린 혼탁한 사회에서 그들은 화적이 되어 양산박의 두령이지만 그릇이 작은 왕륜을 임충이 죽이고 조개를 두령으로 모시게 된다.

 양산박의 무리들은 점점 더 그 세력을 불려서 관군의 장수들까지 항복시켜서 자기들 편으로 만들고 양산박의 세력 확장과 유지에 필요한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계교를 써서 궁지에 몰아서 자기들 편으로 만든다.

 조개는 적의 계략에 걸려서 화살을 맞아 죽게 되고 하급 문관인 아전 출신의 송강이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두령이 되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후하게 인심을 써서 인덕을 빛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도적이 되기 전에 이미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던 것이다.

 양산박에서는 36명의 천강성과 72명의 지살성이 각각 임명되어 도적 수만 명들의 우두머리가 되는데 탐관오리에 의해 매관매직으로 임명된 장수들이 지휘하는, 나약하고 비겁한 관군들보다 훨씬 더 막강한 세력이 되어 나라의 큰 근심거리가 되지만 나중에 송 황제의 초무를 받고 36명의 정장(正將)과 72명의 편장(偏將)이 되어 나라를 위해 진충보국하게 되는 것이다.

 양산박의 세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관군들까지 공격하자 조정에서는 추밀 동관과 태위 고구에게 대군을 거느리고 여러 차례 양산박을 치게 하지만 양산박의 용맹한 군사와 영묘한 지략으로 인해 관군들은 번번이 참패를 당하게 된다.

 송강은 황제와 통정하는 기생 이사사를 이용해서 천강성 중의 한 명인 연청이 황제를 뵙게 하여 간신들의 거짓말로 양산박의 전황을 모르고 있는 황제에게 관군들이 양산박에서 연전연패한 사실을 알리고 양산박에서는 반역할 뜻이 없고 단지 귀순하여 용서를 받고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충성을 다하는 군사로 쓰이기만 바란다는 송강의 뜻을 전한다. 송강의 뜻은 단 하나, 조정의 초무(招撫 : 사람을 불러서 어루만져 달램)였었던 것이다.

 결국 송강의 뜻은 황제와 조정에 받아들여져서 송나라를 침입한, 거란족의 요나라와 싸우게 된다. 여러 큰 싸움 끝에 요나라의 대부분의 땅을 빼앗게 되자 요나라 왕은 송군에게 항복의 뜻을 전한다. 요나라의 승상 저견이 사신으로서 송나라의 수도 개봉의 궁궐로 들어가서 일단 태사 채경, 추밀 동관, 태위 고구, 태위 양전 등의 간신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나서 송 황제에게 항복 문서를 올리니 송 황제는 요나라의 항복을 받아들이고 송강이 이끄는 송군에게, 빼앗은 요나라의 땅과 사로잡은 포로들을 다 돌려주고 요나라에서 철수하게 한다. 그 대신에 요나라에서는 송나라에 매년 조공을 바치게 한다.

 요나라의 외환을 평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하북(河北)의 전호(田虎)가 스스로 왕이라고 칭하며 반란을 일으켰다는 급보를 듣게 된 송강은 토벌을 자원해서 태위 숙원경을 통해 송 황제에게 이 뜻을 알리니 황제는 이를 쾌히 승낙한다. 황하를 건너가서 전호의 반란을 평정하고 온 송강은 이어서 회서(淮西)의 왕경(王慶)도 스스로 왕이라고 칭하며 반란을 일으키자 그 반란군들도 토벌하여 평정한다.

 이때까지는 군졸들의 희생이 있었을 뿐, 108명의 호걸들은 모두 무사하였다. 그러나 조정에서 혁혁한 전공에 비해 실망스러운 낮은 벼슬을 내리자 호걸들 중에서는 차라리 양산박으로 돌아가서 화적 생활을 계속하자는 여론이 비등하였다. 송강은 이런 여론을 급히 잠재우고 그들에게 충의 정신을 강조한다.

 한편 강남(江南)에서도 방랍(方臘)이 왕을 칭하며 반란을 일으켜 세력을 확장해 나아가는데 전호와 왕경의 반란에 비해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강한 세력의 반란이었다. 그래서 이 마지막 싸움에서는 108명의 호걸들의 희생이 지대하게 된다.

 강남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출정하기 전에 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인 공손승은 스승 나진인과 도를 닦고 연로한 모친을 모시기 위해 무리들과 이별을 한다. 그리고 김대견과 황보단(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은 황제가 옥석에 글을 새기는 김대견과 명마를 잘 가려 보는 황보단을 남겨 두라고 해서 어전에 남겨 두게 된다. 또한 소양과 악화(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는 태사 채경이 소양은 대서인(代書人)으로 데려가고 악화는 노래를 잘하니 황제의 부마인 왕도위가 도위부에서 뽑아 쓴다.

 결국 108명 중에서 5명이 제외된 103명만이 방랍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출정하는데 양자강(장강)을 건너서 윤주성을 빼앗는 첫 번째 싸움에서 72 지살성 중의 세 사람인 송만, 초정, 도종왕이 남군의 화살에 맞거나 말에 밟혀 죽게 된다. 108 두령들 중의 첫 희생인 것이다.

 송강과 노준의가 두 패로 나눠서 송강은 상주와 소주를 치고 노준의는 선주와 호주를 치기로 한다. 이때 양지는 병에 걸려 출전할 수 없게 되어 빼앗은 단도현성에 남겨 두고 출정하게 된다.

 송강이 상주성을 공격할 때 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인 한도와 팽기가 또 전사한다.

 그리고 노준의가 선주를 칠 때 72 지살성 중의 세사람인 정천수, 조정, 왕정륙도 전사한다.

 그러나 상주와 선주는 송군이 빼앗게 된다.

 송강이 소주를 칠 때 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인 선찬이 전사하고 천강성의 원씨 삼형제가 상숙을 치다가 시은을 잃고 곤산을 치다가 공량을 잃는다(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

 수주는 항복하고 안도전(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황제의 병을 치료하는데 쓴다고 해서 어전으로 보내게 된다.

 송강이 방랍의 태자인 방천정이 다스리고 있는 항주를 치다가 서령(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독화살에 맞아 죽고 학사문(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적군에 사로잡혀 능지처참을 당해서 죽는다.

 수군(水軍)의 장순(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항주성에 홀로 잠입해서 수군 두령인 이준과 송강에게 공격 신호를 하려다가 적군들의 시석에 맞아 죽는다.

 한편 노준의는 독송관에서 주통(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과 장청(張淸), 동평(36 천강성 중의 두 사람)을 잃는다.

 항주에서 송강의 군사와 노준의의 군사가 합류하게 되는데 호연작의 수하 장수인 뇌횡(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과 공왕(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의 전사 소식을 듣게 된다.

 항주성 싸움에서 삭초(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와 등비(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도 적장 석보와 싸우다가 죽는다. 유당(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도 많은 문이 나 있는 항주성의 한 문인 후조문으로 들어가려다가 갑문에 치어 죽는다. 그 후에 포욱(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도 석보의 손에 죽는다.

 항주성을 빼앗기가 어려워지자 송강은 양곡을 조세로 바치는 백성들의 배를 빼앗아 여러 장수들이 그 배들에 숨어서 항주성에 잠입하게 하여 불을 지르고 성문을 열게 해서 항주성을 빼앗고 장횡은 성주 방천정을 죽여서 동생 장순의 원수를 갚는다.

 한편 원소칠은 배를 타고 항주로 오다가 풍랑을 만나서 배가 파손되어 수하의 후건과 단경주(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가 익사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원소이와 맹강은 목주 입구의 오룡령 부근에서 수전을 벌이다가 전황이 불리해지자 원소이(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는 자살하고 맹강(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전사한다.

 해진과 해보(36 천강성 중의 두 사람)는 오룡령의 험한 절벽을 기어 올라서 불을 질러 관을 빼앗으려고 했으나 인기척을 들은 적군에 의해 해진은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해보는 무수한 시석(矢石)에 맞아서 죽는다.

 송강은 빼앗기 어려운 오룡령 관소를 내버려두고 동관을 빼앗고 나서 목주를 치려고 가는데 목주에서 왕영과 호삼랑 부부(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는 적장 정표와 싸우다가 죽음을 당한다. 또한 무송은 적장 포도을의 칼에 왼팔을 잃게 되고 노지심은 달아나는 적장 하후성을 뒤쫓다가 행방불명이 된다. 이곤과 항충(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도 적군을 뒤쫓다가 전사한다.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결국 송강은 목주도 빼앗게 된다. 이때 관승이 적장인 정표를 죽이고 포수 능진이 쏜 포에 맞아 적장인 포도을도 죽게 된다.

 한편 오룡령 관소에서는 마린과 연순(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이 싸우다가 적장인 석보에게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곽성과 여방(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도 오룡령 관소에서 전사하게 되지만 마침내 오룡령 관소도 빼앗게 되고 적장인 석보는 자살하고 만다.

 한편 노준의는 항주에서 욱령관으로 진군하는데 욱령관 앞에서 적군의 매복에 걸려 사진과 석수(36 천강성 중의 두 사람)를 비롯해서 진달, 양춘, 이충, 설영(72 지살성 중의 네 사람)이 매복한 적군들이 쏜 난전(亂箭)에 맞아 죽는다. 그러자 지붕과 벽을 자유자재로 넘고 오르는 재주가 있는 시천은 홀로 욱령관의 험로로 몰래 올라가서 불을 지르고 포를 쏴서 적진을 혼란에 빠뜨리고 노준의의 군사가 총공격을 하자 난공불락의 요새인 욱령관도 함락되고 만다.

 욱령관을 빼앗은 노준의는 흡주로 쳐들어가는데 욱령관을 지키던 장수인 방만춘은 구붕과 싸우다가 구붕(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을 죽이고 그 기세를 몰아 방만춘의 군사가 짓쳐들어가니 송군이 황급히 달아나던 와중에 손이랑의 남편인 장청(張靑)(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도 죽는다.

 노준의의 군사 주무가 그날 밤 적군이 송군의 영채로 야습해 오리라 예상해서 영채에 송군을 매복시켜서 오히려 승리를 거두지만 매복 중에 정득손(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어이없게도 독사에 물려 죽고 만다.

 흡주를 공격하던 단정규와 위정국(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은 함정에 빠져서 복병들에게 죽음을 당하게 되고 이운과 석용(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은 흡주성의 상서 왕인과 싸우다 죽는데 왕인도 양산박의 5명의 장군들에게 죽고 결국 흡주도 송군이 장악하게 된다.

 흡주성도 빼앗은 송군은 송강의 군사와 노준의의 군사가 두 갈래로 나눠서 방랍이 있는 청계현 방원동 궁궐로 쳐들어간다.

 진명(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청계현에서 적장 방걸과 싸우다가 죽는데 송강과 노준의의 군사가 협공을 하자 청계현성은 함락되지만 욱보사와 손이랑(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이 적장 두미에게 죽고 추연과 두천(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은 마군(馬軍)에게 밟혀 죽었으며 이립, 탕륭, 채복(72 지살성 중의 세 사람)은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가 죽고 원소오(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는 남군의 승상 누민중에게 죽는다.

 한편 이미 남국에 연청과 함께 간첩으로 잠입해서 방랍의 신임을 얻은 시진은 방랍의 딸인 금지공주와 결혼하게 되어 방랍의 부마(사위) 가 되었는데 송군과 거짓으로 싸우게 된다.

 용맹한 방걸이 송군의 네 장수와 싸우다가 힘에 부쳐 퇴각하는데 시진과 연청이 퇴각하는 방걸을 죽이고 송군과 함께 청계현성을 빼앗으니 금지공주는 자살하고 만다. 송군은 여세를 몰아서 방원동 궁궐로 짓쳐들어가니 방랍은 궁궐 밖의 깊은 산중으로 도주하고 이제 송군은 방랍만 사로잡으면 강남의 반란을 완전히 평정하게 된 것이다.

 한편 목주에서 달아나는 적장 하후성을 뒤쫓다가 행방불명이 된 노지심은 깊은 산중의 암자에서 기거하다가 단신으로 도주 중인 방랍을 사로잡아서 송군에게 넘긴다. 송강은 노지심에게 환속해서 벼슬을 받거나 명산대찰의 주지가 되라고 하지만 노지심은 그냥 이 초라한 암자에 은거하여 살다가 죽겠다는 결심을 송강에게 말한다.

 목주로 돌아온 송강은 항주에서 전염병에 걸려 앓게 되어 항주에 남겨 두고 온 여덟 장수(장횡, 목홍, 공명, 주귀, 양림, 백승의 여섯 장수가 병을 앓고 있었는데  목춘과 주부를 남겨 놓아서 병자들의 시중을 들게 했었던 것이다.) 중에 여섯 장수, 즉 장횡과 목홍(36 천강성 중의 두 사람), 공명, 주귀, 백승, 주부(72 지살성 중의 네 사람) 등 여섯 명이 병으로 죽었고 양림과 목춘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송강이 이끄는 송군은 항주로 돌아와서 항주성 부근의 육화사에 머물게 되는데 노지심은 자다가 전단강의 밀물 소리에 놀라 깨어나 육화사의 스님들에게 물어보고 그 밀물이 하루에 두 번씩 제 시간에 어김없이 오기 때문에 조신(潮信)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원적(圓寂)이 불가에서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요나라를 평정하고 돌아와서 만난 스승, 지진장로의 네 가지 게언이 생각나고 그 게언의 뜻을 깨닫게 되어 오늘이 자신이 죽을 날임을 알게 된다. 그 게언(揭言)은 다음과 같다.

 逢夏而擒(봉하이금) : 여름을 만나면 사로잡고(하후성을 만나면 사로잡고)
 遇臘而執(우랍이집) : 섣달을 만나면 굳게 붙들어라.(방랍을 만나면 붙잡아라.)
 聽潮而圓(청조이원) : 밀물을 들으면 둥글어지고(밀물 소리를 들으면 둥글어지고)
 見信而寂(견신이적) : 믿음을 보면 쓸쓸하리라.(윤회를 보면 쓸쓸해지리라.)

 노지심(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담담한 마음으로 목욕재계를 하고 나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승천한다.

 그리고 강남의 전쟁에서 왼팔을 잃은 무송(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폐인이 되어 육화사에서 출가하여 80세에 삶을 마쳤다.

 갑자기 임충(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이 중풍에 걸려 운신을 하지 못하게 되자 육화사에 남겨 놓아서 무송이 돌보게 하는데 임충은 그해에 죽었다.

 또한 양웅(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등창이 나서 죽었고 시천(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곽란에 걸려 죽었다.

 게다가 병이 들어서 단도현성에 남겨 놓은 양지(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마저 죽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황제가 송강에게 군사를 거느리고 동경(개봉)으로 올라오라는 성지를 전하자 송강과 군사들은 항주를 떠나서 동경으로 가게 되는데 그 도중에, 양산박으로 가기 전에 노준의의 심복이었던 연청은 노준의에게 한신과 팽월의 고사를 들어서 조정으로 가지 말고 은둔할 것을 종용하지만 노준의는 자신이 그들처럼 높은 관직에 오른 적도 없고 그들처럼 큰 죄를 지은 일도 없다면서 연청의 말을 세 번째로 듣지 않는다. 첫 번째는 북경성의 대부호인 그를 양산박으로 유인해서 같은 편으로 만들려는, 양산박의 오용이 변장한 점장이의 점괘에 속아서 양산박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고 두 번째는 양산박에서 그를 오래 붙잡아 놓았다가 풀어 주자 귀가를 서둘렀는데 집에서 쫓겨난 연청이 하인 이고와 부인이 간통해서 그를 양산박에 가담한 도적으로 관가에 무고했다며 집으로 가지 말라고 하지만 이 말을 믿지 않고 집으로 가서 결국 관가에 잡혀 옥살이를 하다가 양산박의 구출로 어쩔 수 없이 양산박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연청(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노준의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송강에게 하직의 편지를 남겨 놓고 간직해 두었던 금은보화를 챙겨서 종적을 감춘다.

 동경으로 가는 길에 이준(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도 갑자기 중풍에 걸린 체하며 동맹과 동위(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를 남겨 놓아 자신을 보살피게 해 달라고 부탁하니 송강은 이 세 사람을 남겨 놓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양산박의 수군 두령이었던 이준은 소주를 공략하기 위해 동맹, 동위와 함께 소주 근처의 물가를 정탐하다가 수적(水賊 : 배를 이용해서 강이나 호수에서 남의 재물을 빼앗는 도둑)의 두목인 비보에게 사로잡혀 죽음의 위기에 처하지만 세 사람의 의기(意氣)에 감복한 비보, 예운, 복청, 적성 등의 네 사람은 그들을 살려주고 의형제를 맺게 된다. 비보가 이끄는 수적들의 도움으로 송강과 이준의 군사들이 소주를 빼앗고 나서 비보는 송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송강에게 하직을 고한다. 그리고 비보는 이준에게 양산박의 군사들이 수십 년간 잘 싸워 왔으나 방랍을 치면서 예기(銳氣)가 꺾인 것(지나간 세 번의 전쟁에서는 양산박의 장수를 한 사람도 잃지 않았는데 방랍과의 전쟁에서는 많은 장수들과 군졸들이 죽은 것을 말한다.)을 보면 천명(天命)이 진(盡)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고 전공을 세워서 벼슬을 해도 천하가 태평해지면 간신들에게 하나하나 목숨을 잃게 될 테니 조정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서 함께 여생을 보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준은 방랍의 난이 평정된 다음에 그렇게 하자고 굳게 언약하고 약속한대로 비보 등의 네 사람을 찾아가서 함께 섬라국으로 건너가서 섬라국의 왕이 되어 여생을 편안히 부귀영화를 누리며 보내게 된다.

 결국 송강을 따라서 동경으로 올라가는 장군들은 송강을 포함해서 27명 밖에 되지 않았다. 송 황제 휘종(徽宗)은 그들을 위로하고 치하하며 각각 벼슬을 제수해 주었다.

 대종(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벼슬자리를 반납하고 태안(泰安)의 악묘(嶽廟)에 출가해서 여러 달이 지난 어느 날 저녁에 죽었다.

 원소칠(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제수받은 벼슬자리로 부임했으나 강남의 방원동 궁궐에서 방랍의 황포를 입고 방랍의 흉내를 내다가 송군의 장수 왕품, 조담과 다툰 적이 있어서 그들이 앙심을 품고 간신들을 통해 황제에게 상주하니 벼슬에서 해임되어 서민이 되었다. 원소칠은 오히려 이를 기뻐하면서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양산박의 석갈촌으로 돌아가서 고기잡이로 어머니를 봉양하다가 60세에 세상을 떴다.

 시진(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원소칠이 방랍의 황포를 입었었던 것 때문에 벼슬자리에서 해임되자 자신도 거짓으로나마 방랍의 부마 노릇을 하였으니 원소칠처럼 욕을 보게 될 것이 두려워 스스로 지병을 사칭해서 벼슬자리를 사임하고 백성이 되어 걱정없이 살다가 죽었다.

 이응(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벼슬자리에 부임한 지 반년 만에, 시진이 편안한 백성이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자신도 지병을 사칭하여 사임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았다. 후에 그는 두흥(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과 함께 부호가 되어 만년을 즐겁게 보냈다.

 관승(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북경 대명부에서 병마를 총괄하고 있으면서 군심을 몹시 산지라 누구나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군사를 조련하고 돌아오다가 대취하여 그만 말에서 떨어졌는데 그게 원인이 되어 앓다가 죽었다.

  호연작(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어영 지휘사가 되어 날마다 어가를 모시고 다녔다. 후에 그는 대군을 거느리고 대금 올출의 4태자를 파(破)하고 회서에 출전했다가 진몰(陣歿)하였다. 주동(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만이 보정부에서 군사를 관할하는 것에 공이 있었고 후에 유광세를 따라 대금을 파하고는 태평군 절도사까지 지냈다.

 송강을 따라서 동경으로 간 15명의 편장들(72 지살성 중의 열다섯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송강의 동생인 송청(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지었다.

 두흥(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이응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갔다.

 황신(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청주로 도임하러 갔다.

 손립(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동생인 손신, 고대수(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 부부와 처자들을 데리고 등주로 가서 도임하였다.

 추윤(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벼슬할 마음이 없어서 등운산으로 들어갔다.

 채경(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관승을 따라 북경에 돌아가 백성이 되었다.

 배선, 양림(72 지살성 중의 두 사람)은 상의해서 음마천으로 돌아가서 벼슬을 하며 한가로이 지냈다.

 장경(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고향이 그리워 담주에 돌아가서 백성이 되었다.

 주무(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는 번서(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에게로 가서 도법을 배워 둘이 다 전진선생이 되어 강호를 떠돌다가 공손승에게 가서 일생을 마쳤다.

 목춘(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게양진에 돌아가서 다시 양민이 되었다.

 능진(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비범한 포수인지라 화약국 어영에 임용되었다.

 동경에 있던 편장 5명(72 지살성 중의 다섯 사람) 중 안도전(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칙명을 받고 동경에 돌아와 태의원에서 금자의관이 되었고 황보단(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어마감대사를 제수받았으며 김대견(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궁중어보감에서 벼슬을 하였고 소양(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은 채태사 부중에서 사랑방 훈장이 되었으며 악화(72 지살성 중의 한 사람)는 부마 왕도위 부중에서 늘그막까지 한가하고도 즐겁게 보내었다.

 양산박의 부두령이었었던 노준의(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는 여주 안무사 겸 병마부총관의 벼슬을 제수받고 부임하는데 태사 채경, 추밀 동관, 태위 고구, 태위 양전 등의 간신 네 명은 동관과 고구가 예전에 대군을 거느리고 다섯 차례나 양산박을 공격했었다가 참패한 원한도 있는 데다가 송강과 노준의가 벼슬자리에 오른 것을 아니꼽게 생각하여 노준의가 반역을 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휘종에게 무고를 한다. 휘종이 노준의의 진의를 확인해 보려고 그를 동경으로 불러들여서 반역의 뜻이 있는지 여러가지를 물어보다가 음식을 차려 주는데 고구와 양전은 미리 음식에 수은을 넣어서 노준의에게 먹게 한다. 노준의는 콩팥이 아파서 말을 타지 못하고 배를 타고 여주로 돌아가다가 술에 만취하고 수은의 독이 퍼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서 회하(淮河)의 깊은 물에 빠져 죽었다.

 한편 양산박의 두령이었었던 송강(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은 초주 안무사 겸 병마도총관의 벼슬을 제수받고 부임하는데 임지를 잘 다스려서 백성들과 군사들의 존경을 받으며 지내게 된다. 초주의 남문 밖에는 사면이 물로 둘러싸인 높은 산 하나가 있는데 그 산이 심히 아름답고 송백이 울창하여 풍수가 아주 좋았는데 이곳을 요아와라고 불렀다. 양산박과 비슷한 경치라서 송강은 몹시 기뻐하며 한가할 때에는 여기로 와서 소일하며 자신의 묏자리로 점찍어 놓는다.

 네 명의 간신들은 황제에게 노준의의 죽음에 대해 송강이 의심을 품으면 반역을 할지도 모르니 어주를 내려서 달래라고 하는데 황제가 그 말대로 어주를 하사하니 간신들은 어주에 천천히 독이 퍼지는 독약을 넣어서 천사(天使 : 황제의 사자)에게 주어 초주로 보낸다. 고구와 양전의 심복인 천사는 송강에게 그 자리에서 마시라고 권하고 나서 송강이 독약이 든 어주를 마시고 천사에게도 권하니 천사는 술을 마실 줄 모른다고 사양하고 동경으로 되돌아간다. 송강은 어주를 마신 뒤에 배가 아파 오므로 혹시 술에 독약을 탄 게 아닐까 의심이 들어 급히 시종을 시켜 알아보니 그 천사가 도중의 역관에서는 술을 마셨다고 아뢴다. 송강은 그제서야 간신들이 어주에 독약을 타서 자신을 죽이려는 간계에 넘어간 것을 깨닫고 자신이 독살되고 나면 성미가 불같고 포악한 이규(36 천강성 중의 한 사람)가 분을 참지 못해서 반란을 일으켜 양산박의 충의지명(忠義之名)을 훼손할까 봐 진강 윤주 도통제로 있는 이규를 급히 불러서 마음을 떠보니 이규의 생각이 자신의 걱정과 같은지라 술자리를 차려서 그에게도 독약이 든 어주를 마시게 하고 그 이튿날에 윤주로 돌아가는 이규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고 그 풍경이 양산박과 똑같은 요아와에 같이 묻히자고 언약한다. 송강과 이규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송강이 죽자 초주의 관리들은 그의 유언대로 그의 시신을 요아와에 묻어 주고 며칠 후, 윤주에서 이규의 영구(靈柩)가 도착하자 이규의 시신도 송강의 묘 옆에 매장한다.

 오용과 화영(36 천강성 중의 두 사람)은 송강과 이규가 조정에서 하사한 독주를 마시고 요아와에 묻혀 있으니 한번 무덤에 찾아와 보라는, 똑같은 내용의 꿈을 꾸고 초주 남문 밖의 요아와로 찾아가서 송강과 이규의 죽음과 그 죽음의 내막을 알게 되어 자신들에게도 화가 미칠 것을 알고 송강의 뜻을 받들어서 후세에 충의지명을 남기기 위해 함께 나무에 목을 매어 죽는다. 결국 이 두 사람의 시신도 송강의 묘 옆에 묻히게 된다.

 초주의 백성들은 송강의 인덕과 충의를 생각해서 사당을 세우고 철마다 제를 지낸다.

 어느 날 송 황제의 꿈에 신행태보 대종이 나타나서 황제를 양산박으로 데리고 가는데 송강이 자신을 비롯한 네 사람의 죽음과 그 죽음의 내막을 알리니 꿈에서 깨어난 황제는 그 이튿날 조회를 여는데 숙원경 태위도 자신과 똑같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네 사람의 죽음과 그 내막을 알게 되지만 고구와 양전은 이미 송강에게 독주를 내린 천사를 죽여서 증거를 없애고 말았던 것이다. 황제는 양산박에 절과 사당을 짓게 하고 108 장군의 신상을 세우게 하였으며 어필로 "정충지묘(靖忠之廟)"라고 쓴, 사당의 현판을 내려보냈다.

 수호전은 이렇게 비감하게 끝을 맺는데 탐관오리가 들끓고 매관매직이 성행하며 정실(情實)에 의해 관리가 송사를 분별하는 난세에서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돼야 했었던 지사들의 울분과 의기와 한숨을 여실히 엿볼 수 있었다.

 관리들의 수탈과 횡포에 생존권을 빼앗기고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적이 되는 숱한 양민들의 애환은 마음속 깊이 정치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일깨워 주는 것이었다.

 수호전은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고전이다. 왜냐하면 그 역사 속에 담겨겨 있는 숱한 일화들이 민초의 애환과 전쟁의 참상을 말해 주면서 그 처절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냉철한 지혜와 각고의 투쟁이 현재의 인류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도 지도자의 중요성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두머리의 뜻과 방침에 의해 그 무리의 행동이 뚜렷이 결정지어지는 것이다. 하급 문관인 아전 출신이었지만 심지가 남달리 굳은 송강의 강인한 통솔력 때문에 양산박의 무리들은 비록 관군까지 위협하고 공격하는 도적이었다는 원죄가 막대했었지만 송 황제의 초무를 받고 충의의 군사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송강은 문관이었기에 숱한 싸움에서 몸소 나서서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덕과 올바른 통치술로 무리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고 도적의 무리를 올바른 충의의 길로 이끄는 것이다.

  수호전에는 108명의 호걸 중에 3명의 여걸도 끼어 있다. 호삼랑과 손이랑, 고대수가 그녀들이다. 이 중에서 호삼랑과 손이랑은 강남의 방랍의 난을 진압하다가 전사하고 손신의 부인인 고대수만이 살아남게 된다. 이 여걸들은 다 남편이 있는데 호삼랑과 왕영이 부부이고 손이랑과 장청( 張靑 )이 부부이며 고대 수와 손신이 부부인데 공교롭게도 부부 세 쌍이 모두 72 지살성으로 6명의 편장인 것이다. 그런데 두 쌍의 부부는 전사하고 손신과 고대수 부부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손이랑의 남편인 장청 ( 張靑)은 36명의 천강성 중의 한 사람인 몰우전 장청 ( 張淸 )과 구분하기 위해 한자를 병기해 놓았다.

 이 소설은 난세의 참혹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서술해 놓은 비극이다. 원한이 맺힌 자의 인육을 먹거나 주막에서 길손들을 몽혼약으로 실신시켜서 도살하여 요리해서 돼지고기로 속여 파는 장청과 손이랑 부부의 일화라든지 주동을 자기들 편으로 만들기 위해 죄수가 된 주동이 돌보던, 관리의 네살박이 아들을 이규가 도끼로 머리를 빠개서 죽이는 등의 심하게 야만스럽고 무도한 일화는 실로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지금도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은 중국에서는 일부 야만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매스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서 가끔 접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서구의 가치 기준이 절대적으로 본받을 만한 문화이고 인간적인 것인지는 회의를 가지게 된다. 백인들의 문명과 문화는 분명히 본받을 게 많지만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만큼 그들의 윤리관과 도덕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구를 선망하고 모방하는 문화에는 천박한 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다. 지나친 물신주의와 외모지상주의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겉으로는 반대해도 속으로는 세뇌돼 있는 사람이 많고 또한 이 사회가 그것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문학과 중국의 역사는 한국과 연관성과 유사성이 있지만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한국은 중국이라는 나라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사대주의에 사로잡혀 민족적 자존심과 국력이 약화되고 그 때문에 요나라, 원나라, 청나라, 일본 등 다른 열강들에 의해 침탈과 수모를 겪고 국권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서 국운은 지도자와 국민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요설은 이만 접고 방대한 대하소설의 독후감을 마칠까한다.

 끝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36명의 천강성과 72명의 지살성의 명단을 여기에 올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