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시기행

운동 한 후 땀을 식히며 카페에서 한시간 정도씩 5일에 걸쳐 유시민님의 유럽도시기행1을 읽었다.

책을 읽다보면 좋은 책이 있고 괜히 샀다고 후회하는 책이 있다.

그래도 많이 읽다보면 좋은 책을 고르는 스킬이 늘어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많은 책을 보려고 애쓴다.

유럽도시기행1은 평생 읽은 책. 워스트5에 손꼽힌다. 감상문을 거의 안쓰는 나에게 이런 글을 쓰게 해주니까

1. 장황하다.

약 320페이지의 책으로 한 도시를 80페이지 정도에 소개하고 있는데 사진이 4~5페이지마다 1장씩은 있어 약 50페이지에 한 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아테네 부터 한페이지 정도를 아무것도 없잖아와 미리 역사공부를 안하고 왔다는 얘기로 시작한다.

"아테네하면 떠오르는 여러가지가 (작혹 스릴러와 난잡한 멜로가 뒤섞인)고대신화, (솔론의 개혁과 페리클레스의) 민주주의,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역사서,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와 (배우) 앤서니 퀸의 비틀거리는 춤사위.

괄호안에 있는것들은 빼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이스탄불에서는 제목은 다양성을 잃어버인 국제도시라고 시작하며 프런트와의 일화를 2페이지에 걸쳐 집어 넣으며 영어를 못해도 그럭저럭 소통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이런, 영어판 <위키피디아>에는 내가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정치인이라고 나와 있을 텐데.' 직업을 속였다고 오해할까 걱정이 되어, 믿거나 말거나 한마디 했다. "지금은 글을 써요. 유럽 도시에 관한 에세이."

이 정도면 '나 똑똑해', '나 잘남' 이런 책은 대충써도 됨.

이정도 장황이면 도시별로 유럽도시기행 20권 시리즈는 만드셔야지

2. 사족!

아고라, 이성과 감성의 격전지

플리카의 번잡한 골목에서 그리스 사람들의 심성과 인생관을 어렴풋이 보았다. 그리스는 그리 큰나라가 아니다. 국토는 대한민국보다 약간 크지만 대부분 산과 언덕이고 평야는 거의 없다. 인구는 1천만명 조금 넘는데 대부분 도시에 산다. 아테네도 아주 큰도시는 아니다. 교외지역을 포함한 '아테네 광역시' 면적은 서울의 2/3정도이고 인구는 300만명쯤 되는데, 광역시 면적의 10%에 불과한 '시내'에 70만명이 산다.

그리스에서 소개 페이지를 만들던가. 아테네에 앞서 그리스와 아테네가 이정도다 설명을 하던가

아고라 얘기하다가 그리스인의 느긋함을 설명하는데 이런 글로 시작한다.

유한계급론의 살아 있는 증거, 베르사유 궁전

독일에서 공부하던 1994년 7월, 어머니를 초대해 파리를 여행했다. 그때가 김영삼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던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고 한국이 가마솥 안처럼 뜨거웠던 해여서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게 어머니 인생의 유일한 해외여행이었다. 그때 찍은 사진을 크게뽑아 20년 동안 방안에 걸어두셨던 어머니를 떠올리면 더 많은 기회를 드리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게 된다. 그때는 나도 살기 바뻐서 그랬다고 변명하지만 마음이 부족해서 그랬다는 자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루이14세가 목잘려 죽었다는 그럴만도 하다는 얘기의 시작이다.

오히려 딱 한번 스스로 사족이라고 밝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베르샤유조약 조항 얘기는 재미있었다.

3. 불친절

대부분 과잉 친절로 쓰다보니 정작 궁금한 내용이 무었인지도 모르겠다.

파르테논은 돌기둥 위에 긴 직사각형 석판을 깔고 지붕을 올렸기 때문에 지붕 아래 석판의 바깥 면이 밖으로 노출되었다. 엔타블러처라고 하는 신전 측면의 노출면은 세 부분으로 구분하는데, 기둥 바로 위 좁은 면은 '아키트레이브' 가운데 넓은 부분은 '프리즈' 지붕 바로 아래 두른 띠 모양의 석판은 '코니스'라고 한다. 또한 신전의 정면과 후면에는 지붕의 경사때문에 '페디먼트'라고 하는 이등변삼각형이 생긴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다 엘긴이 프리즈를 뜯어가고 페디먼트의 조각상을 잘랐다는 설명에 이어 이오니아식 신전인 에레크테이온의 카라아티드도 하나 끊어 갔다.

이러면 다시 에레크테이온으로 가서 카라아티드가 먼지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에 이오니아식은 어떤 식인지는 저자처럼 인터넷을 찾아봐라?

그냥 사진 한장에 여긴 머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참 좋겠네요.

똑똑한 양반이 대중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다 보니 빠지는 부분이 자꾸만 보인다.

차라리 엘긴이 프리즈, 페디먼트의 조각상, 카라아티드를 가지고 갔다. 라고 하고 사진 3장을 첨부하면 너무 좋겠다. 사진 첨부가 없어도 관심이 있으면 찾으면 금방 찾아진다.

시작인 아테네부터 관심없는 역사를 알려주는 것은 좋은데 그 복잡한 이름하며, 쉽게 콜로세움인데 콜로세오라 부르는 것이 이탈리아어 표기를 따른다고 주기를 달아 놓으면 좋겠구만 포로 로마노(라틴어-포룸 로마눔, 영어 로마 포럼)에 가서야 왜 콜로세오인지 설명한다.

왜 이런 기본적인 것은 다 아는거 아냐?

4. 편집

대학원 논문 발표 표지를 보는 기분이다.

무광코팅(심지어 폰트는 유광!)이라는 비싼 표지 치고는 색이야 취향이니 그려려니해도 측면의 유시민 유럽도시기행1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이건 시리즈로 안사면 쓰레기가 될꺼야 같은 저주가 담겨있다.

배면의 검정바탕에 녹색 폰트는 공포 소설에 잘 어울려 피만 몇방울 떨어 뜨리면 제격이겠다.

*국가: 유럽의 어딘가에 붙어 있다네 정도로 밖에 표현 안됨. 그냥 유럽지도나 세계지도에 로마 표기하고 점하나찍어서 아타네 하면 안되? 아님 주변국이라도 쫌 표현해 주면 안될까?

로마가 어딘지도 몰라 그럼 할말 없지만. 나중에 드레스덴은 어떻게 표현 될지 기대되네

*도시: 가본데 점찍어 놓은것에 불과. 뉴욕지도에 점찍어서 아테네라고 해도 믿겠네

스케일을 표시해 주고 최소 동선 정도는 선으로 해주면 좋지 않겠냐? 공항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말도 없는데 시작을 어떻게 했는지 어디를 마지막으로 갔는지는 나와야지 지도 펴 놓고 내가 해석하느라 시간을 엄청 소비함.

*사진: 글 읽는데 오히려 방해가 됨

좌측 아크로폴리스 설명에 우측 파르테논 입구 사진(사진제목은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여행의 출발점일뿐, 그리 많은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등

차라리 사진 크기를 절반 줄여 위에 사진 밑에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신전 입구) 이렇게 적어

그리고 그밑에 아크로폴리스 어쩌구저쩌구 하는 내용이 들어가는거지 우측 페이지는 글만 쓰고

너무 감동적인 사진은 전체로 하든가 말든가(차라리 표지에 쓰면 더 좋겠네. 도시 픽토그램같은거 하지 마시고... 드레스덴은 어떤거 하시려고? 리모와가방 넣으시게?)

*폰트: 일반적인 정보 전달과 에피소드의 구분이 너무 없다. 에피소드는 폰트 크기를 좀 줄여도 될듯.

사진 설명은 원래 그런 폰트인지 볼드인지 가독성이 떨어진다.

사진 크기 줄여서 보기 좋게 넣고 그에 맞는 내용들 소설처럼 줄줄이 이어 넣지 말고 1일차 이런식으로 끊어 가든 어디 이런식으로 정리해도 쓸데 없는 내용들 걷어내면 200페이지 정도에 들고다니면서 보기 좋은 책이 되겠구만요.

300페이지 안 넘어가면 무슨 페널티 같은게 있는건지, 300페이지 넘겨서 17000원 받으려다 내용이 부실하니 500원은 깍아 줍시다.

5년동안 준비했다는 멋진 서문에 비하여 초라하고 조잡하여 혹시 대필한거 아냐? 아님 녹음한 내용을 아무 생각없이 누군가 그냥 내려쓴거 아냐?

촌철살인도 나이 먹으니 말많은 노인네가 되는건가 하는 걱정스런 마음입니다.

부디 2권에서는 여행에 들고 다니며 볼수있는 재미난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읽고 보니 처음 일러두기에 '보다 자세한 지도와 사진이 필요하시면 검색엔진을 활용해보세요.' 가 도움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