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를 들으면서 읽은 '왜 말러인가?'

 

 

 

 

 작년에 읽었었던 '거장 신화'의 작가 노먼 레브레히트의 또 하나의 고전 음악에 대한 책이다.

 교향곡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전기인 이 책은 저자의 동족인 유태인에 대한 동질감과 민족 정서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면서 읽게 하는 작가 레브레히트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유태인으로 태어난 말러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깨닫고 줄기차게 노력을 해서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매진하게 된다.

 어릴 때, 형제들이 병으로 죽는 비극을 지켜보면서, 또한 속적인 환경에서 자라면서 그의 마음 속에서는 묘한 트라우마가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을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으리라.

 말러의 어린 시절, 그리고 청춘기의 사랑, 그 중에서도 특히 푸른 눈과 금발의 미녀 알마와의 뜨거운 사랑과 결혼, 지휘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과 열정, 창작의 고통과 희열을 느끼는 작곡가로서의 치열한 면모,  친형제들과의 우애와 갈등, 지휘자이자 작곡가로서의 직업에 따른 인간관계 등 말러의 전생애에 걸친 서술을 통해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말러의 삶과 아울러 피부에 와 닿는 한 인간인 말러에 대한 깊고 해박한 고찰이 담겨져 있다.

 수많은 남자와 염문을 뿌리고 다닌 알마와의 사랑은 말러의 작품에도 영향을 깊이 미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레브레히트는 그녀가 말러에 대해 쓴 책에서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고려해서 주고 받은 편지 중 일부를 삭제하거나 사실을 왜곡해서 서술한 내용이 많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다.

 그리고 교향곡 제1번부터 제9번까지의 아홉 곡과 '대지의 노래'까지 열 개의 교향곡을 쓰는 과정의, 영감의 고갈에서 오는 절필과 진통 등을 실감나게 묘사해 놓고 있다.

 붐이 일어나서 이제는 베토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교향곡 작곡가로 입지를 굳힌 말러는 동시대의 쇤베르크가 무조성의 음악을 만들어낸 것에 비해서는 형식적으로 구식이었고 전통에 의존하는 편이었지만 오히려 현대에 이르러 쇤베르크나 베르크, 베베른이 이룬 업적에 비해서 더 큰 성과를 내고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낱낱이 설파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말러의 교향곡 전집(DG 16CD)을 한 번씩 더 듣게 됐는데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페러와 함께 가장 전통적인 말러 지휘자들 중의 한 사람인 번스타인의, 디테일에 치중하지 않고 전체를 조망하는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해석과 거침없이 내달리는 박력에 찬 연주가 마음을 달아오르게 했다.

 1998년 11월부터 고전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었지만 말러는 장황하고 난삽한 곡들에 질려서 여러 번 듣기를 시도하다가 흥미를 잃고 한 곡이 끝나기 전에 듣기를 포기한 적이 많았었는데 2007년 10월에 산 이 박스 세트로 인해 서서히 말러의 음악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다. 장황하고 난삽한 것은 지금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말러라는 한 인간의 삶과 고뇌, 열정이 묻어나는 교향곡과 가곡들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성악곡이나 오페라는 도저히 흥미가 가지 않아서 아직도 듣고 있지 않는 자신에게도 말러의 가곡들은 진한 공감대를 건드리는, 감성의 열띤 향연이었다.

 각설하고 현대인들의 감성에 녹아들면서 진하게 공감대를 건드리는 말러의 음악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전 음악 감상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그들의 입에 꾸준히 오르내리리라 믿는다.

 말러에 작지 않은 관심을 가지게 된 자신이지만 말러리안이라고 자처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이 글을 통해 밝히면서 이 책을 읽는 중에는 더 각별했지만 읽고 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러의 삶과 사랑, 음악에 대한 소회를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