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방명장 고선지 (東方名將 高仙芝)

 ★★★★☆
글쓴이 : 클매니아 날짜 : 2019-06-21 (금) 02:21 조회 : 831 추천 : 3  

 


 


 작년 11월에는 전부터 읽고 싶었었던 고선지에 대한 역사소설을 다섯 권이나 읽게 됐다.

 첫 번째로 읽은, 차경화가 지은 "실크로드의 왕 고선지"는 두 권으로 된 책이었는데 비교적 통속적이고 간단하며 무협소설을 연상시키는 흥미 본위의 내용이라서 다 읽고 난 후에도 고선지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서 결국에는 두 번째로 김정호가 지은 "동방명장 고선지"를 읽게 됐다. 이 책은 세 권으로 돼 있고 한 권당 3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이라서 처음 읽은 책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알찬 내용이 진솔하게 담겨져 있었다.

 먼저 지은이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1949년 길림성에서 태어난 조선족으로서 연변대학을 졸업하고 현지 문단에 등단하여 문인으로서 활동을 하다가 2006년에 한국에 귀화하여 이 3부작을 써 놓고 안타깝게도 2012년에 교통사고로 고선지처럼 비운의 죽음을 당한 인물이다. 그의 사후에 유작이 된 이 3부작 역사소설을 그의 부인인 김수안이 출간했다고 한다.

 수나라, 당나라와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고구려는 연개소문의 사후, 연개소문의 아들들의 권력 다툼에 의해서 망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는데 백제를 멸망시킨 나당연합군은 이 틈을 타서 총공격을 펼쳐서 마침내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만다.

 당나라에서는 고구려의 항복 후에, 중국의 국력을 거의 다 끌어 모은 총공세도 여러 차례 막아내서 수나라를 망하게 하고 당나라의 국력도 크게 소모시킨 고구려의 부흥이 두려워서 고구려인들 중 고구려 부흥을 선도할 만한 인재들을 북경의 고려영 등으로 강제로 이주시킨다.

 고선지의 할아버지인 고운룡은 고구려의 장군 출신으로서 북경의 고려영으로 강제 이주된 고구려 유민들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거란과의 전쟁에서 큰 전공을 세워 그 댓가로 고려영을 벗어나서 인적이 드물고 절경인, 북경의 선거곡에 가족들과 함께 들어간다. 그는 선거곡에서 아들인 고사계에게 무술을 가르쳐서 먼 훗날에는 고구려를 기필코 부흥시키겠다는 꿈을 키운다.

 고사계가 장성하여 고구려 처녀와 결혼해서 선거곡에서 낳은 아들이 바로 고선지였다. 어머니가 고선지를 낳자마자 산고로 죽어서 고선지는 홀아버지 슬하에서 자라게 된다.

 고사계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 아들에게도 어려서부터 고된 무술 훈련을 시키고 병법을 가르쳐서 명장으로 만들어 고구려 부흥의 꿈을 이루려는 원대한 꿈을 꾸게 된다. 그러나 당나라에서 태어나고 당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고선지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망해서 없어진 고구려에 대한 아버지의 집착을 이해하지 못한다.

 고선지는 13세 때 마을에 약탈을 하러 온 돌궐군의 장수를 싸워서 죽이고 그가 납치한 한족 처녀 백설을 구해 주게 되는데 둘은 예전부터 이미 알고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당나라 군인이 된 아버지를 따라서 하서 지방으로 가게 된 고선지는 15세에 당군에 입대하고 17세에 아버지를 따라서 안서 지방으로 가게 된다.

 고선지는 약관의 나이에 안서를 침략한 토번의 10만대군을 적은 수의 기병들을 이끌고 물리쳐서 유격장군에 봉해진다. 이는 전임 안서절도사인 개가운과 현직 안서절도사인 전인완의 시기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강족 (羌族)인 주장 (主將) 부몽영찰이 강직한 성품과 한족 출신이 아닌 이민족으로서의 동병상련 (同病相憐)의 정에 의해 무용과 계략이 탁월한 고선지를 어려운 상황이 올 때마다 기용해서 전과를 올리게 하고 조정에 여과 없이 승전보를 알려서 한 단계 한 단계 승진을 거듭하게 한 때문이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고선지의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전공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고선지는 어릴 때부터 정답게 놀다가 사춘기에 열렬한 사랑까지 나눈 한족 처녀 백설과 결혼하려고 했지만 반드시 고구려 출신의 처녀와 결혼을 하게 하려는 아버지의 고집에 피눈물을 삼키고 나이 스물에, 할아버지 고운룡의 친구였었던 명필가 이윤택의 손녀인 이춘화와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고선지는 37세 때인 서기 741년에 돌궐족의 일파인 달해부가 반란을 일으키자 불과 2천명의 기병으로 수만명의 달해부 군사를 섬멸하여 역사에서 달해부의 이름을 지워버린다. 이 전공으로 고선지의 상관인 부몽영찰은 안서도호부 절도사로 임명되고 고선지는 안서도호부 부절도사 겸 도지병마사로 임명된다.

 이때 고선지는 자신과 운명을 함께 할 모사 봉상청을 만나게 된다. 그는 포주 의씨 사람으로서 외조부가 안서 구자에 유배되자 조실부모하고 구자에 따라와서 외조부 슬하에서 자라며 글과 역사, 병법 등을 배웠다고 하는데 그의 출신과 작은 키에 절름발이인 외모 때문에 해박한 학식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얻지 못하고 있었는데 매일 고선지에게 자신을 써 주기를 간청한다. 그의 초라한 외모에 고선지도 그를 쓰기를 거절하지만 그가 하는 말이 범상치 않음을 깨달은 고선지는 결국 그를 자신의 모사 (謨士)로 쓰게 된다. 그리고 그와 최대의 악연인, 환관 (宦官)이자 감군 (監軍)인 변령성을 비슷한 시기에 독대하게 된다.

 고선지가 43세 때인 747년에는 당 현종의 어명에 따라서 토번과 사라센제국의 침공을 물리치기 위해 다른 절도사에게 구애 받지 않는 행영절도사 (行營節度使)로 임명을 받아서 1만명의 병력을 이끌고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파미르고원을 넘어서 토번의 험준한 요새인 연운보를 함락하고 역시 험준한 힌두쿠시산맥을 넘어서 소발률국을 점령하고 소발률국이 토번 본국과 연결되는 유일무이한 등교를 끊어서 소발률국과 토번 본국의 연결을 차단한다. 이 등교를 끊으면 1년 안에는 다시 등교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1년간은 토번 대군의 지원이 차단되는 것이었다. 이 전승으로 인해 당나라는 서역 72개국의 항복을 받게 되고 당과 서역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교역이 활발해지게 된다. 이 전공으로 고선지는 안서도호부 절도사로 승진하고 부몽영찰은 조정에 들어가서 다른 관직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는 감군 변령성의 간계로 상관인 부몽영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승전보를 장안의 현종에게 올려서 안서에 돌아오자 환영을 받기는커녕 부몽영찰의 격노에 찬 욕설과 비난을 받게 되고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그 질책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고선지와 앙숙이었었던 감군 변령성조차 현종에게 이렇게 상주할 정도였다.

 "고선지는 공을 세우고도 죽을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 후에 누가 또 조정을 위하여 힘을 바치겠습니까?"

 고선지는 부몽영찰의 호통을 듣고 난 후에,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 고사계의 죽음이라는 비보를 접한다.

 이후에 고선지는 안서절도사로서 후돌궐과 토번의 패잔병들의 잦은 습격을 격퇴하고 있다가 구자에서 봉상청이 의형제인 낭장 정덕전을 죽였다는 급보를 듣고 급히 구자로 향한다. 고선지가 열살 때 같은 고구려 출신 소년인 열한살의 정덕전, 아홉살인 석원경과 의형제를 맺었었는데 전장에도 함께 나가서 깊은 우정을 쌓아 왔었기에 크나큰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고선지가 전장에 나가 있을 때에는 늘 봉상청이 안서절도사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었는데 절도사가 의동생이라는 이유로 과격한 성품의 정덕전은 지나치게 오만해서 무례를 범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봉상청은 정덕전에게 곤장 60대를 치게 해서 죽이고 또 다른 장군 두 명도 죽여서 흐트러진 군기를 바로잡는다. 고선지는 의형제 중 한 명을 잃은 충격이 컸고 봉상청의 처벌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부대의 군기를 잡겠다는 명분이 타당하고 봉상청이라는 인재를 잃기 싫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치고 만다.

 고선지가 46세 때인 750년에 토화라 사절단이 안서로 찾아와서 추운 겨울에 출정을 부탁하니 고선지는 이를 쾌히 승락하고 불과 5천명의 병력으로 산악부족들의 군대를 격파하고 걸사국의 군대도 격파해서 걸사국의 왕을 생포해서 개선한다.

 그리고 당에 복속돼 있다가 토번과 아랍의 세력에 눌려서 그들의 편에 붙은 석국을 정벌하여 석국의 왕을 생포하고 이어서 돌기시도 정벌하여 돌기시의 왕도 생포해서 당나라의 조정으로 압송해 가게 된다.

 그런데 당에서 항복한 나라의 왕을 죽이지 않고 예우하는 불문율을 깨고 포로로 잡아온 석국의 왕 차비시를 참수하자 이 소식을 알게 된 아랍에서는 분개하여 당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 정보를 들은 고선지도 전쟁을 준비하게 되는데 조정에 병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하자 수성 (守城)을 하느냐 원정을 하느냐를 두고 판관 봉상청을 비롯한 모든 장수가 병력이 적으니 수성을 하자고 하지만 고선지는 안서가 전쟁터가 되면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서 홀로 원정을 고집한다. 결국 모두의 반대 속에서 안서의 군사 2만명에 당에 복속된 발한나족과 갈라록족의 군사 각각 5천명을 더해 3만명의 군사가 원정을 강행하게 된다.

 탈라스에서 고선지는 아랍의 10만대군을 만나서 전략과 진영을 잘 짜서 여러 차례 승리를 거두지만 5천명의 갈라록족 군사들이 배신해서 반란을 일으켜 같은 편의 진중에서 불시에 기습을 받게 된다. 이때를 놓칠세라 아랍군들이 총공격을 감행하자 5천명의 발한나족 군사들은 모두 전멸하고 2만명의 안서군 중에서 3천명만이 살아서 돌아가게 된다. 이때 아랍군의 포로가 된 당군들 중에서 제지 기술자가 있어서 아랍과 유럽 지역에 중국의 제지 기술이 전파되었다고 한다.

 고선지는 분기탱천하여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서 적군들 수십명을 베지만 아랍군 수만명에게 포위를 당하고 만다. 그를 옆에서 보좌하던 여전사 여섯 명이 달려들고 그의 의동생인 석원경 장군, 그의 아들 백설지 등이 달려들어서 겨우 포위망을 뚫고 부상을 입은 고선지를 구해내지만 결국 여섯명의 여전사와 석원경, 백설지는 부상이 심해서 죽고 만다. 고선지는 백설지가 죽고 나서야 백설지가 자신과 백설 사이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패전 후 장안에 입조한 고선지는 현종에게 탈라스 패전의 죄로 참수해 달라고 자청하지만 현종은 오히려 고선지에게 황제를 최측근에서 보위하는 금군의 통솔자인 우금오대장군이라는 벼슬을 내린다.

 한편 돌궐족과 소그드인 (페르시아인 - 현재의 이란인)의 혼혈로서 권모술수에 능하고 매우 뚱뚱한 체형의 안록산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양귀비의 양아들이 되기를 자청해서 현종의 허락을 받고 양귀비의 양아들이 된다. 그리고 일편단심으로 충성하는 척하며 우직하고 무지하게만 보이도록 사람들을 기만하여 현종이 그가 이민족이지만 우직하고 사심이 없는 충신이라고 확신하게 만들어버린다. 또한 감군도 매수와 회유, 협박으로 자기 편으로 만들어서 현종에게 자신에 대해 좋은 말만 하게 하니 현종은 안록산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더욱 신뢰하게 된다.

 현종의 확고한 신임을 얻은 안록산은 당나라의 10개 도호부 중 3개의 도호부인 평로, 범양, 하동도호부의 절도사가 되어 당의 군사력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만명을 통솔하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다. 그리고 장사를 해서 재산을 크게 불려서 반란을 위한 군자금도 충분히 마련한다. 또한 안록산은 동라의 정예병인 기병 수만명도 돈으로 매수하여 자기의 휘하에 둬서 중국 대륙의 황제의 자리를 넘보는, 담대한 야심에 찬 반란을 시작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 양귀비 (양옥환)의 사촌 오빠이고 건달이었던 양국충은 현종의 총애를 받고 있는 양귀비를 이용해서 벼슬을 얻고 그 당시 제2인자였었던 재상 이임보에게 아부하여 서서히 승진의 길을 걸어서 이임보에 버금가는 벼슬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임보는 병으로 죽게 되고 이임보의 자리에 양국충이 오르게 되는데 그는 죽은 이임보를 모함하여 초상을 치르기도 전에 적과 내통한 역적으로 몰아서 이임보의 권속을 모두 숙청한다.

 안록산은 자신보다 권모술수에서 앞서고 간교한 이임보가 살아 있을 때에는 그를 두려워 했었지만 이임보가 죽고 무능한 양국충이 그의 자리에 대신 앉고 또한 양국충이 현종에게 자신이 반란을 할 것임을 수차례 아뢰고 현종도 반란의 기미를 알아차리게 되자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서 장장 7년여에 걸친 안사의 난을 일으키게 된다.

 755년 11월에 범양에서 안록산은 양국충을 죽이고 황제 측근의 간신배들을 몰아내자는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킨다. 20만대군이 파죽지세로 공격하자 당군들은 항복하거나 도망하기에 바빴다. 현종은 고선지 대신 안서절도사가 된 봉상청을 평로 범양 절도사에 봉하고 6만명의 군사를 주어서 반란군들에 맞서게 한다.

 봉상청은 낙양을 지키는 요새인 호로관에서 반란군의 공격을 방어하지만 결국 호로관은 함락되고 이어서 수차례의 싸움에서도 패배하여 낙양도 반란군들에게 빼앗기고  낙양을 지키던 병력까지 거의 10만대군을 잃고 나서 겨우 10여 기만 데리고 서쪽으로 후퇴한다.

 안록산은 756년 정월에 낙양에서 연나라를 세우고 황제로 등극한다. 

 현종은 자신의 여섯째 아들인 이완을 원수로 삼고 고선지를 부원수로 삼아서 장안에서 칼 한번 제대로 쥐어보지 못한 신병 5만명을 모집하여 천무군 (天武軍)이라고 명명하고 섬군 (陝郡)에서 반란군들을 막으라고 한다. 고선지는 천무군을 이끌고 동관을 지나서 섬군으로 향하다가 10만대군을 잃고 10여 기만 데리고 패퇴한 봉상청을 만나게 된다. 봉상청은 반란군들이 막강한 정예병들이라며 섬군은 방어할 곳이 못 되니 장안을 지키는 요새인 동관 (潼關)으로 후퇴해서 사수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고선지는 이 말을 받아들여서 나라의 창고인 태원창에서 어차피 반란군들이 진격해 오면 그들의 수중에 넘어갈 재물을 꺼내서 봉급조로 천무군들에게 나눠주고 남는 재물은 모조리 소각해서 반란군들이 약탈하지 못하게 하고 동관으로 후퇴한다.

 한편 안록산은 부하 장수 최건우에게 10만의 정예병을 주어서 동관과 장안을 함락하게 한다. 최건우는 연전연승한 정예병들로 하여금 공성을 하게 하는데 여러 차례 동관을 공격하지만 고선지의 작전에 의해 패배를 하게 되고 또 다시 성을 공격하는데 성문이 안에서 열리며 말들이 모는 5백대의 화차 (火車)와 소의 꼬리에 기름을 적신 갈대를 묶어서 불을 붙인 5백 마리의 화우 (火牛)가 뜨거운 불길에 미쳐 날뛰며 돌진하자 공성하기 위해 동관에 다가온 수많은 반란군들은 피신할 곳이 없는 협곡 (狹谷)에서 마소에 밟혀 죽고 마소를 피해서 달아나다가 자기들끼리 밟혀 죽는 생지옥을 연출하고 당군들의 매복과 기습의 공격까지 받고 대패한다.

 최건우는 크게 놀라서 겁을 집어먹고 달아나는데 동관 전쟁에서 3만명을 잃고 동관에서 280여 리나 떨어진 섬군까지 후퇴한다.

 그러나 동관을 몰래 빠져나간 감군 변령성은 밤중에 말을 타고 장안으로 가서 양국충을 통해 밤중에 현종을 찾아가서 현종에게 승전 소식은 한마디도 전하지 않고 고선지가 제멋대로 섬군에서 동관까지 280여 리나 후퇴했고 태원창에서 병사들의 월급을 갈취했다고 모함한다. 태평성세에 여색에 빠져 있다가 굳게 믿었었던 안록산에게 크게 배신을 당한 현종은 평상심을 잃고 울분에 차 있는 상태에서 변령성의 말만 믿고 고선지를 참수하라는 황명을 내린다.

 평소에 늘 고선지가 자신을 경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승전시 노획한 재물의 분배에도 불만이 많았었던 변령성은 고선지에게 소인배로서 오랜 미움을 가져왔었던 데다 특히 태원창에서 군사들에게 재물을 나눠줄 때 남아서 소각할 재물의 일부를 자기에게 달라고 고선지에게 요구했지만 고선지가 대답도 하지 않고 남아 있는 재물들을 다 태워버리자 소인배로서의 미움이 극에 달해 있었던 것이다.

 변령성은 쉬지도 않고 처형을 집행할 백명의 칼잡이와 함께 말을 달려서 동관으로 향한다.

 날이 밝자 열린 조회에서 무부상서 진희열이 현종에게 변령성이 고선지를 모함했음을 알리고 고선지가 상주한 승전 보고서를 올리자 현종은 경악하고 고선지를 사면하는 조서를 내려서 흠차대신 일행에게 말을 달려서 동관으로 가게 한다.

 변령성은 백명의 칼잡이와 함께 동관으로 가서 우선 패전의 책임을 물어 봉상청을 참수하고 고선지에게도 황제의 은명 (恩命)이라면서 고선지를 참수하라는 조서를 읽어준다.

 고선지의 죄상을 나열한 조서를 듣고 나서 고선지는 말했다.

 "내가 퇴각한 것이 죄라면 죽음을 달갑게 받겠다. 하지만 내가 병사들의 양식을 떼먹고 군사들에게 주는 물품을 가로챘다는 건 나를 모함하는 것이다."

 황제의 사면 조서를 가지고 말을 달려온 흠차대신 일행이 형을 멈추라고 서문 밖에서 소리를 질렀지만 처형장이 된, 동관 밖의 기린산 팔괘정과 서문 사이는 너무 멀었고 또한 변령성과 백명의 칼잡이들을 야유하는 수만명의 군사들의 고함에 묻혀버리고 만다.

 사서에서 고선지는 진중에서 참수됐지만 소설에서는 극적인 장면을 채택해서 황제가 하사했었던 보검으로 자결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자결하기 전에 고선지는 호탕하게 웃으며 외친다.

 "그래, 황제라는 자들은 어디까지나 제 옥좌 밖에 모르는 자들인가? 이게 무슨 인의예지신인가? 한낱 허울 뿐인 것을... 핫하하!"

 "동관 전쟁에 승리하고도 동관에서 죽어야 하니, 세상에 무슨 이치가 있고 도리가 있단 말인가? 핫하하하! 하늘이 날 저버리는데 내가 어찌 삶을 탐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웃음소리가 동관의 하늘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하는 고선지가 죽은 후의 이야기다.

 현종은 고선지 대신으로 병중 (病中)인 돌궐족 출신의 노장 (老將) 가서한에게 18만대군으로 동관을 지키게 했는데 섬군에 주둔하고 있는 최건우가 4천명의 오합지졸인 노병만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위장하고 소문을 내자 이 소식을 들은 현종은 가서한에게 동관을 나와서 섬군의 반란군을 치라고 명령한다. 가서한은 동관에서 20만대군이 지키고 있으니 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황명이라 어쩔 수 없이 756년 6월에 병중의 노구로 18만대군을 이끌고 공격을 하는데 하남성의 영보에서 최건우의 반란군과 맞붙게 된다.

 최건우는 약한 오합지졸의 무리처럼 위장해서 도주를 하며 산과 황하 사이의 기나긴 협곡으로 당군을 유인해서 70리나 되는 기나긴 협곡 깊숙이 당군들이 쳐들어오자 매복과 기습으로 당군을 몰살하다시피 해서 이 전쟁에서 살아 돌아간 당군은 겨우 8천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이튿날에 최건우는 동관을 함락한다. 그리고 도주하던 가서한을 생포해서 낙양으로 압송한다. 나중에 안록산의 아들인 안경서는 당군들이 낙양을 탈환하러 오자 포로로 잡혀 있던 가서한과 당의 장군 30여 명을 모두 죽이고 낙양을 빠져나온다. 

 동관이 함락되자 장안의 현종은 경조윤에 최광원을 임명하고 환관 변령성에게 궁궐의 열쇠를 맡긴 다음에 옛날, 서촉의 도읍이었었던 사천성의 성도로 피신한다. 성도로 가는 도중에 755년 6월, 마외역에서 황제 일행을 호위하던 금군들은 굶주림과 피로에 분노한 상태였었고 호위 총책임자인 진현례는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은 안록산의 반란을 부추긴 양국충에 있다고 생각해서 양국충을 참살하고 나서 양귀비도 죽여야 한다고 현종을 협박한다. 현종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환관 고역사에게 양귀비를 죽이는 것을 허락한다. 고역사는 양귀비에게 불당에서 향을 올리라는 어명을 전하고 양귀비는 고역사의 표정을 보고 오늘이 자기가 죽는 날임을 직감한다. 그녀는 양국충이 살해된 것을 듣고 나서 불당에서 비단으로 목이 졸려 죽는다.

 장안에 안록산의 심복인 손효철이 대군을 이끌고 도착하자 경조윤 최광원과 변령성은 바로 항복해서 궁궐의 열쇠를 바친다. 변령성은 장안에서 도망쳐 나와 당의 새로운 황제가 된 숙종이 있는 영무로 간다. 그러나 숙종은 격노하여 구국의 충신을 모함하여 죽게 하고 동관과 도읍인 장안마저 반란군들에게 빼앗기게 한 변령성을 가장 잔인한 능지처참의 형으로 죽인다.

 한편 낙양에서 안록산은 안질이 도져서 장님이 되어 성질이 난폭해져 측근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원한을 사게 되고 안록산이 총애하는 다른 아들에게 태자 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움에 떨던 안경서는 30대의 곤장을 맞은 중서시랑 엄장, 늘 안록산의 폭력에 시달리던 환관 이저아와 공모하여 엄장과 안경서는 문밖에서 경계를 서고 이저아가 자고 있는 안록산을 칼로 찔러 죽인다. 이때가 757년 5월이었고 안록산의 나이 55세였다.

 안경서는 황제가 됐지만 현종의 뒤를 이어 당의 황제가 된 숙종 이형의 반격으로 업군성에서 60만의 당군에 포위돼 있다가 사사명이 5만명의 군사로 당의 60만대군을 격파하자 사사명 앞에서 자신을 신하라 칭하며 목숨을 구걸한다. 그러나 사사명은 아버지를 죽인 패륜을 질책하며 안경서와 그의 수하 장수였던 최건우, 손효철 등을 모두 죽인다. 그리고 759년 4월에 스스로 대연의 황제가 된다.

 사사명은 동관을 함락하기 위해 남진하는데 자신의 아들 사조의가 패전하자 그를 죽이려다가 그만 두고 다시 양곡 창고를 짓는 일을 당일로 끝내지 못하자 섬주를 점령한 후에 사조의를 죽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사조의의 부장 두 사람과 사조의, 사사명의 경호 책임자가 공모하여 사사명을 죽인다.

 그러나 사조의는 그 후에 여러 전쟁에서 패배하고 해 (奚 : 해족은 선비족의 일파로 거란족이 통일되어 요나라를 세우자 요나라에 복속되어 요나라의 백성이 되어 거란족과 공존했다. 해금은 해족이 만든 해족 고유의 현악기라고 한다.), 거란 (奚丹)과 손을 잡고 당을 치려고 하였는데 반란의 본거지인 범양성에서 한때 자신의 부하였던 이회선이 자신의 범양성 입성을 거부하고 오히려 군사를 풀어 추격해 오자 절망해서 숲속으로 들어가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때가 763년 1월이었으니 755년 12월에 일어난 반란은 장장 7년 2개월을 지속하다가 끝나게 된 것이다.

 이 역사소설을 읽고 지장이고 덕장이며 용장인 고선지의 명장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바라볼 수 있었고 반면에 고집이 세고 인정에 사로잡히며 처세에 무능하고 감정적인 성품이라는 인간적 결함도 살펴볼 수 있었다.

 조국을 멸망시키고 조국의 백성들을 노예로 만들었으며 한족들에게 멸시를 받으며 살게 만들었던 당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바친다는 것이 응당히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비록 다른 민족의 나라에서나마 타고 난 체력과 초인적인 노력으로 능력을 키워서 서역을 제패하는 커다란 뜻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의 삶은 한족들의 온갖 견제와 시기, 모함 속에서도 중국사의 위대한 명장으로 추앙되며 서구에서도 알렉산더와 한니발을 능가하는 명장이자 지략가로 칭송되고 있는 것이다.

 고선지가 살던 시대에는 이미 대조영이 다른 고구려인들 및 다수의 말갈족과 어우러져 세운 발해가 고구려를 대신해서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차지하고 있었고 망국의 노예 신분으로 수많은 전공을 세운 고선지는 당나라에서 그에 걸맞는 지위와 부귀영달을 누렸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족이 아니어서 언젠가는 구실을 붙여서 토사구팽을 당하기 쉬운 위태롭고 약한 입지 (立地), 그리고 소국으로서 대국인 당나라를 끈질기게 괴롭힌 망국, 고구려의 후예라는 데에서 기인한 당나라 황제와 조정의 강한 의심과 거리낌, 그들의 견제와 부정적 견해의 화신인 변령성의 집요한 감시와 모함 속에서도 오랑캐 출신은 아무리 큰 공을 세워도 재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이민족의 장수들을 적극 활용했었던 이이제이의 합리적인 책략에 의해 당나라에 거의 불가능한 임무를 견마지로의 싸움과 지략으로 완수한 고선지는 사사로운 원한에 사로잡힌 환관 변령성의 세치 혀의 모함으로 목숨을 잃고 서역 진출의 대야망이 중도에 좌절되고 마는 것이다.

 당 황제와 조정에서는 고선지에게 그가 바라는 십만대군을 주면 서역을 제패해서 당나라에 맞설 수 있는 강대한 제국이 탄생할 것이 두려워서 그에게 많은 군사를 주는 것을 몹시 꺼렸다고 한다.

 읽은이는 식민사관과 사대주의에 젖거나 외래문물을 추종하는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의 가치관과 시선에 지배되어 살면서 외래문물을 극도로 숭상하고 민족 문화와 민족이 배출한 위대한 인물들을 비하하고 배척하는 것을 적지않게 보아왔다.

 싫더라도 외세에 종속되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약한 나라의 현실은 당장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것이 그 상황에 처한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부정적인 것이다.

 고선지는 대조영처럼 고구려 유민들을 이끌어서 말갈족과 함께 발해를 건국한 임금이 되거나 안록산처럼 주군과 만인을 속여서 큰 권력을 얻어서 반란을 일으켜 수많은 중국인들을 죽이고 황제가 되려고 하다가 실패한 반역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민족 출신이지만 매우 유능하고 충직한 장군으로서 당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바쳤고 세계사와 중국사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그래서 그는 중국사의 위대한 명장들 중의 한 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고선지가 그의 출중한 능력을 자신의 민족을 위해서 썼으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 많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조국이 멸망하고 나서 삶의 근거지를 잃고 뿔뿔이 흩어져 집요한 견제와 감시를 받고 있었던 고구려인이 그 당시의 상황을 타개해 나아가기란 지난한 과제, 아니 꿈도 꾸지 못할 블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고선지는 늘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전쟁들을 승리로 이끌어서,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잃게 하여 민족의 국력을 크게 약화시킨 당나라에 충성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 준 당나라가 이민족의 국가였었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난, 새로운 조국이기도 했었던 것이다.

 멸망한 나라의 유민 출신이라서 그 걸출한 능력에 비해 뜻을 크게 펼쳐 나아갈 수 없었고 왜소한 입지에 만족해야 했었던 고선지는 결국 조정의 간신들과 반란군측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감군 변령성의 모함에 의해 크나큰 전공을 세우고도 그의 부하들이 지켜보고 있는 진중에서 원통하게 참수되고 마는 것이다.

 이 소설은 고선지의 무용과 함께 개인과 나라의 함수 관계에 대해서도 유추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견마지로를 다 하고도 배은망덕의 댓가를 받는 명장 고선지,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이민족의 나라에서는 명백한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냉혹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끊임없이 이어진 역사의 질곡 앞에서 한국인들은, 그 중의 한 사람인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없이 자문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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