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의 서유기 완역본

 서유기는 당 태종 때의 이야기다.

 고구려를 정벌하려고 하다가 안시성 싸움에서 양만춘 장군의 화살에 한쪽 눈을 맞고 애꾸눈이 되어 패퇴했었던 당 태종은 결국 신라의 내응으로 고구려와 백제를 정벌하고 당나라 최고의 성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애꾸가 되어 패퇴하면서 그는 위징이 살았었다면 고구려에의 출정을 말렸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막강했었던 고구려도 연개소문의 아들들의 권력 다툼 때문에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역사 이전의 신화도 아닌데 이 소설은 무척이나 황당무계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둔갑과 분신술,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축지법, 요괴들의 횡행, 요괴들이 인육을 먹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일반적인 것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꿈 속에서 당 태종은 한 마리의 용이 법을 어겨 위징에게 정해진 시각에 죽음을 당하게 되었으니 살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용을 살려 주기로 약속한다.

 그래서 용이 죽게 된 시각을 지나도록 위징을 궁전의 자신 곁에 붙들어 두지만 위징은 당 태종 옆에서 잠시 졸다가 꿈 속에서 법을 어긴 용을 죽이고 돌아온다.

 약속을 어긴 당 태종은 그 댓가로 죽어서 명부에 끌려가게 되지만 되살아나게 되어 계시대로 고승을 시켜 서역에서 불경을 가져와서 불법을 전파하도록 한다.

 이 불경을 가지러 가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 고승이 삼장법사인데 그는 아버지가 과거에 합격하여 결혼 후에 부부가 함께 임지로 부임하러 가다가 강도를 만나서 아버지는 강도에게 피살되고 어머니는 아버지로 가장한 강도에게 끌려가서 강도는 아버지 행세를 하며 임지에서 벼슬살이를 하게되는데 임신 중이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아기를 강보에 싸서 사연을 적은 쪽지를 적어서 강물에 띄워 보내게 된다.

 절간에서 자라게 된 아기는 커서 쪽지를 읽게 되고 어머니를 만나서 원수를 갚고 아버지도 되살아나게 되지만 어머니는 강도에게 몸을 더럽혔다는 자책감으로 인해 자살하게 되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난 인물이다.

 한편 화과산 수렴동에서 태어난 원숭이 한 마리는 다른 원숭이들과는 달리 배움을 찾아 길을 떠나서 뛰어난 스승을 만나 갖가지 재주를 배우게 되고 그 신통력을 믿고 바다와 하늘에서 소란을 일으키며 오만방자하게 굴다가 관세음보살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날뛰다가 사로잡혀 오행산 아래 오백년간 갇혀 있게 된다.

 삼장법사는 당 태종과 의형제를 맺고 손오공을 구해 줘서 수제자로 삼고 다시 저팔계와 사오정을 제자로 삼아서 고달픈 천축국으로의 긴 장정을 떠나게 된다.

 가장 무공이 뛰어난 손오공은 불 같은 성미로 삼장법사의 말을 듣지 않고 걸핏하면 불필요한 살생을 일삼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은 손오공에게 머리테를 씌워서 손오공이 버릇없이 굴 때마다 삼장법사에게 긴고주를 외우게 해서 손오공의 머리를 아프게 하여 손오공이 방종하지 못 하게 조처한다.

 삼장법사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지나치게 고지식하여 요괴들에게 속아서 빈번하게 요괴들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지만 손오공에 의해서 구출되고 손오공의 힘도 딸릴 정도로 강한 요괴들에게는 옥제나 관세음보살의 힘을 빌려서 막강한 요괴들을 하나하나 제압해서 죽음의 위기에 몰린 삼장법사를 구해낸다.

 결국 온갖 간난신고 끝에 십사 년이 넘어서 천축국에 이른 일행은 불경을 얻게 되고 이를 무사히 당나라에 전해 주고 부처와 나한 등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이 소설은 중학교 1학년 때에 한 권으로 된 다이제스트로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는데 완역본은 열 권으로 된 분량에 이천오백 쪽이 넘는 대하소설이다.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이 완역본을 번역한 것을, 김성재가 지역적인 단절로 인해 어색한 표현을 교열하여 현암사에서 출판한 열 권의 책을 읽게 됐다.

 황당무계한 줄거리 속에 중화사상과 불교의 인과응보와 윤회 사상 등이 그 중요한 뼈대를 이루고 있는 장대한 분량의 대하소설이다.

 다이제스트로 읽어도 좋을 내용이지만 한번쯤은 정본으로 읽어 볼 만한 대하소설이다.

 일면 과장을 좋아하고 의심이 많고 인명 경시 풍조가 다분한 중국인의 민족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제국주의적으로 세력을 뻗어 나가던 그 당시의 당나라의 위세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고 불교 신앙이 크게 융성했던 당시의 당나라와 유불선을 동시에 숭상했었던 중국인들의 문화, 주변국들을 모두 오랑캐라고 경멸했었던 중국인의 민족적 자부심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아주 오래 전의 옛날에는 황해(서해)가 없었고 한반도와 중국이 달라붙어 있었고 요순 임금은 한민족이었다는 설도 있고 예로부터 중국과 한국은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뗄래야 뗄 수 없는 이웃나라이니 좀 더 잘 알고 중국과 중국인에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자신이 삼장법사나 손오공이 되어 온갖 간난신고 끝에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후련한 느낌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