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지여|巫师之旅>나 <무사원기|巫师纪元>나 둘 다 중국판타지입니다.
무사(巫师)는 소서러, 위저드, 대충 그런 걸로 보시면 되겠고요.
무사지여가 먼저 나왔고 완결도 된 작품이고 (2014년 시작, 2100편 완결)
무사원기는 지금 연재중... 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얼마전에 1512편으로 완결되었군요.
분명 다른 작가인데 같은 사람이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계관이 흡사합니다.
솔직히 무사원기는 무사지여 팬픽같은 느낌도 드네요. 심지어 주인공 이름도 비슷함.
<무사지여|巫师之旅>부터 간단하게 감상 남겨보겠습니다.
심각한 스포가 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평범한 소년이 무사가 되어 성장해 나간다는 정통파 성장소설처럼 보였던 이 작품은
가면 갈수록 아스트랄한 세계로 떠나갑니다. 저 멀리...
초반엔 아주 재밌습니다. 별다른 치트는 없어도 타고난 오성과 광적인 열정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올라가는 모습은 아주 디테일하고 독창적인 면이 있습니다.
테크트리도 굉장히 신선하고 마법계통의 다채로움과 깊이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죠.
하지만 큰 고구마를 가끔씩 투척합니다.
연인도 죽고, 사매도 죽고, 사부도 죽고, 썸타던 여자도 죽고, 친구들도 죽고, 뭐 그냥 막 죽입니다.
그런 사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연인 제외하면) 크진 않지만 임팩트는 상당하죠.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삭막합니다. 하루종일 연구연구연구.
마치 중국공산당에 충성하는 열성당원 보는 듯한 무사세계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헌신.
신변잡기적인 에피소드는 없다시피 하고 마냥 하루종일 연구나 하다가,
때되면 이세계 침략하고,
무사세계의 의지가 어쩌고 헌신이 어쩌고 하며 중2병스러운 잡설이나 풀고... 매력이 없단 거죠.
이까진 그렇다 치는데 중반(1000편 쯤) 넘어가면 대체 무슨 소리 하려는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이야기로 분량의 반을 채워버려요.
상위차원생물이 어쩌고 저쩌고 현실과 허상, 진실과 거짓이 어쩌고 저쩌고.
여기서 상위차원생물이란 건 말 그대로 더 고차원적인 존재라서 하위차원 존재는 인식조차 못하는 그런 개념입니다.
소설속 피조물과 소설작가 간의 관계인 거죠.
조물주인 작가는 무소불위의 존재, 피조물인 작중인물들은 그런 작가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알아도 인지할 방법도 없는...
예전에 제가 아시발꿈엔딩에 당했다고 쓴 글이 있는데 그게 이 작품 이야깁니다.
엔딩 보면 사실 무사지여의 모든 내용은 소설이었고,
주인공은 작가의 욕망이 투영된 인물이었을 뿐이며,
주인공이 펫으로 데리고 다니던 앵무새가 사실 창조주=작가라는 사실이 밝혀지는데요.
그 엔딩을 위한 떡밥을 미리미리 푸는 모양입니다.
떡밥사전설치는 좋은데 문제는 그 떡밥이 너무 애매모호알쏭달쏭한 뜬구름잡는 소리라는 거죠. 재미가 없어요.
갈수록 판타지소설에서
판타지철학서
로 변해가다보니 읽다읽다 지쳐서 결국 하차했네요.
<무사원기|巫师纪元>는 800편 정도까지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현대인이 인공지능칩 갖고 판타지세계로 빙의하는 스토리인데요.
이것도 초반엔 아주 재밌습니다. AI칩 치트같은 거 저는 좋아하는 소재라서.
무사지여에 비해 밸런스가 좋고, 뜬구름잡는 소리가 적으며, 캐릭터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중반부 접어들면서부터인데...
주인공 세력이 커지면서 차츰 군상극으로 변해갑니다.
심지어 다섯 챕터 지나도록 주인공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주인공 부하1이 뭐 했고, 부하2가 뭐 했고, 부하3도 뭐 했고, 적1이 뭘 했고, 적2가 뭘 했고...
주인공 잠깐 등장해서 대화 좀 하고.
다시 주인공 부하1이 뭐 했고, 부하2가 뭐 했고, 부하3도 뭐 했고, 적1이 뭘 했고, 적2가 뭘 했고...
주인공 잠깐 등장해서 활약 좀 하고.
이걸 무한반복 합니다... 시벌.ㅡㅡ;
제가 최고로 읽기 힘들어하는 게 군상극입니다. 저는 인물 하나에 이입해서 보는 편이라.
이놈 나오고 저놈 나오고 막 시점 바뀌고, 사건전개는 거북이 되고, 같은 장면 각도 바꿔 또보고... 딱 질색.
그리고 최고로 극혐하는 건 중간부터 군상극으로 변하는 소설입니다. 차라리 첨부터 그렇게 쓰던가.
게다가 군상극으로 변하면서 설명도 왕창 늘어서 도무지 스토리 진도가 안 나갑니다.
한 권 분량을 읽어도 뭐가 진행된 게 없음. ㅜㅜ
결론적으로 둘 다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무사지여는 허무맹랑 뜬구름잡는 소리나 하며 안드로메다 너머의 세계로 떠나버렸고
무사원기는 군상극에 설명충이라는 끔찍한 조합을 시전하는 바람에 포기...
중국 선협물만 보다가 신선한 걸 접하고 싶어서 판타지에 눈을 돌렸는데
결과는 좋지 않군요. Warlock of the Magus World는 딱 내 취향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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