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스포有
<황제가 돌아왔다>를 쓴 코기베어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카카오페이지
에서 연재중이고,
231편
까지 나와 있네요.
느낌이 대략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초중반부랑 비슷합니다.
말도 안되는 난이도의 시련이 강제로 주어지며,
그 미친 난이도를 독기와 근성과 지혜로 극복한다는 점에서요.
흔히 <튜토리얼~> 아류작들은 초반에만 엄청 어려워보이지
2권만 지나면 주인공이 먼치킨이 되면서 난관따위 없어지곤 하는데,
<지옥에서 독식>은 진짜 헬입니다. 9권 분량이 넘어갔는데 아직도 숨이 껄떡껄떡 넘어감.
그렇다고 구르기만 하는 건 아니고요.
주인공은 '현실'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 아이템을 들고 있습니다.
주로 고생은 '지옥'에서 하는 거고, '현실'에서는 대단한 강자예요. 명성도 있고.
주인공이 오가는 '지옥'은 사실 '현실'의 먼 미래이며,
주인공은 그런 지옥같은 미래가 도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실에서 암약하죠.
처음에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만 실은 주인공이 약간(?) 맛이 가 있습니다.
무능력자로 사회의 밑바닥에서 살아갈 땐 그냥 그런 평범한 청년이었는데
지옥에서 구르면서 서서히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초반엔 좀 연출과잉 아닌가 싶었던 장면들이 알고 보면 꽤나 중요한 복선들이더군요.
흔한 현판물처럼 던전도 있고 능력자도 있지만
이 작품은 몬스터 잡는 것보다는 인간들 사이의 갈등에 더 비중을 둡니다.
다가올 파국을 미리 예측하고 그 멸망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존재하며, 그 차이가 갈등을 부르죠.
주인공은 '지옥'에서 얻은 미래지식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인류구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사실상 본인이 흑막 뒤의 최종보스 느낌입니다.ㅎㅎ;;
그야말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거든요.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핵폭탄을 터뜨려서 수만 명을 죽여버리기도 하는...
물론 이런 독기와 광기에 물든 주인공은 호불호가 좀 갈립니다.
저는 좋더군요. 초반엔 좀 거북했는데 갈수록 마음에 듭니다.
<지옥에서 독식>의 가장 큰 장점은 짜임새가 있다는 겁니다.
무슨 헛소리냐, 소설에 짜임새는 기본 아니냐, 그런 말씀을 하시는 독자는
아직 B급과 C급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보지 못한 거고요.ㅎㅎ
킬링타임급 이하 장르소설의 대부분은 연재일정에 허덕이며 그때그때 누덕누덕 기워붙이는 경향이 큽니다.
초반에야 미리 준비한 것들 풀어놓으면서 뭔가 좀 생각하고 쓴 느낌이 나겠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고 임시변통식으로 대충 연명하다가 허무하게 완결이죠.
이 작품은 그 단계는 확실하게 넘어섰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틀을 짜 놓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쓰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해놓고 쓴다는 거죠.
정말 기본적인 부분인데 안타깝게도 그 기본을 지키는 작품이 요즘엔 너무나도 적습니다.
뭐 단점이 없는 건 절대 아닌데, 장점이 커서 다 커버가 되는군요.
아주 가끔(2~3번 정도?) 설명했던 건데 까먹었는지 그대로 또 설명하는 부분이 있고
능력자 vs 몬스터 vs 열병기 간의 파워밸런스가 좀 마음에 안드는 면도 있습니다만
그런 단점은 지엽적인 거고, 전반적으로 아주 매력적인 현대판타지물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거의 아홉 권 분량을 다 읽게 만드는 작품은 정말 드물거든요.
첫인상이 좀 평범하다고 느끼더라도 한번쯤은 더 기회를 줘 보시길 권하고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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