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복수물을 한 번 써볼까 해서 한 번 써봤습니다.

 

살든 죽든 내 인생이다 .

 

오늘이 지나면 , 난 아마 내일 해를 보지 못할 것이다 . 그렇지 않으면 , 내내 쫓겨 다니거나 , 숨어 살아야 할 것이다 .

 

무섭다 .

 

할 수 있을까 ?

 

할 수 있다 ! 아니다 . 해야 한다 . 하고 말 것이다 . 결심이 서고 난 뒤 결행을 늦추는 것은 죄다 . 마음을 먹었으면 지금 한다 .

 

렌트한 차의 시동을 걸자 차의 진동에 뛰던 가슴이 오히려 진정됐다 . 눈을 감고 해야할 일의 순서를 생각했다 . 저녁 10 시 반에 최무룡의 고등학생 딸 최지아의 학원이 끝난다 . 최무룡의 부인 정지숙이 학원 앞에서 픽업을 해서 , 집으로 들어온다 . 노릴 곳은 유성에서 신성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뒤 , 두 사람을 납치한다 .

 

최무룡을 불러들이는 것은 그 다음이다 . 그 시간 최무룡은 운영하고 있는 소고기집을 정리하고 정산을 할 때다 . 난 이걸 알아내기 위해 지난 한 달 간 내내 최무룡을 감시했다 .

 

복수를 결심한 뒤 , 난 두 가지를 연구해 왔다 . 하나는 어떤 것이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가였고 , 다른 하나는 들키지 않을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 죽음은 사치다 . 부모님은 사는 내내 고통 받으셨고 , 행복한 시간을 누려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 가난한 집안에서 과한 기대를 받으며 저주 속에서 길러진 나 역시 비참하긴 마찬가지였다 .

 

엄마는 도마를 쓸 때마다 최무룡의 이름을 되뇌곤 했다 . 돼지고기를 썰 때나 김치를 썰어낼 때마다 돼지고기나 김치를 원수 대하듯 자르셨다 .

 

10 시 10 분이다 . 학원 건물 주차장에 정지숙의 차가 들어왔다 . 순간적으로 사고를 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 차에서 내려 정지숙의 차로 다가가서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 . 아주 살짝 창문이 내려왔다 .

 

“ 최 사장님 사모님 되시죠 ? 사장님께서 따님께 전하라는 물건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실례지만 누구시죠 ?”

“ 미루 주차관리직으로 어제 들어 왔습니다 .”

“ 그래요 ? 뭐죠 ?”

문이 열렸고 , 난 인사를 하는 척하면서 실험도구를 파는 과학사를 통해 구매한 클로로포름 손수건으로 단숨에 정지숙을 재웠다 . 그리고 뒷좌석에 올라타 딸 최지아를 기다렸다 .

 

일을 시작하자 두려움이 사라졌다 . 차 문 앞에서 미친 듯 흐르던 땀이 말랐다 . 피가 식었다 .

 

최지아는 고등학생이다 . 과연 내 복수를 위해서 죄가 없는 미성년자를 해쳐야 할까를 잠시 고민했지만 , 우리 부모님도 죄가 없었고 난 아버지가 간첩죄를 뒤집어쓰고 잡혀갔을 때 초등학교 6 학년이었다 .

 

내내 방에서 나오지 않고 지내시다가도 가끔 무섭게 폭력적으로 변해서 엄마와 나를 때렸던 아버지는 폭력의 광기를 전염 받은 사람 같았다 . 그렇게 돌아가실 거였으면 , 차라리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아버지 스스로가 하셔야 했다 .

 

최지아가 차로 바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 최지아가 문을 열자마자 난 다시 손수건으로 최지아를 재웠다 . 준비는 모두 끝났다 . 난 축 늘어진 최지아를 뒷자리에 그냥 두고 , 정지숙을 조수석으로 옮겼다 . 늘어진 사람을 옮기는 일은 힘들었지만 , 당장 들켜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당연히 있을 주차장 cctv 가 신경 쓰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

 

“ 최무룡씨 . 나 김창혁입니다 . 아 , 기억 못하시겠네요 . 못골 간첩단 사건 김중수 아들 김창혁입니다 .”

“ 뭐 ? 누구 ?”

“ 당신 딸을 내가 데리고 있어요 . 주소 찍어줄 테니까 . 11 시까지 오도록 해요 . 신고해도 좋은데 , 난 오늘 죽을 생각이라서 당신 딸 얼굴이 어떤 상처가 날지는 모르겠네요 .”

 

미리 저장한 주소를 보낸 뒤 , 널브러진 최지아와 정지숙의 사진을 찍어 첨부했다 . 난 미리 빌려놓은 창고 건물로 차를 운전했다 . 사냥 준비를 했다 . 널브러진 두 사람을 의자에 앉히고 묶었다 .

 

석궁을 준비했다 . 최무룡이 문을 열자마자 다리나 하복부를 쏘아 맞출 생각이었다 . 죽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 재수가 없어서 불구가 되거나 하는 일은 그의 재수가 없어서다 . 우리 아버지에게 최무룡 그 스스로가 한 말이다 .

 

급박하게 차가 서는 소리가 들렸다 . 지하실로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하나였다 . 혼자 온 건가 ? 문이 열리고 땀범벅이 된 최무룡이 보였다 .

 

쉬익 !

 

“ 윽 !, 아악 !”

 

내가 쏜 석궁의 활은 최무룡의 왼쪽 허벅지에 꽂혔다 . 화살이 관통하지 않아서 쓰러져서 다리를 움켜쥔 최무룡의 허벅지에 꽂힌 채 덜렁거렸다 .

 

“ 윽 . 윽 .”

 

최무룡은 고통이 큰 지 , 내게 따져 묻거나 하지 못한 채 뒹굴고 있었다 . 제압이 목적이어서 난 최무룡의 팔과 다리를 묶고 , 핸드폰을 빼앗은 다음 화살을 뽑고 진통제를 먹였다 . 초점을 잃었던 눈에 정신이 드는 게 보였다 .

 

“ 너 .. 너 , 이 새끼 . 너 .”

“ 내가 생각을 많이 했거든 . 내 인생이 잘 풀리면 당신에게 꼭 복수를 하겠다고 . 그런데 , 말이야 . 복수는 미뤘다 하는 게 아니더라고 . 복수를 하는 놈이 미래를 꿈꿔서 어떻게 하겠어 .”

“ 오해야 . 모두 오해야 . 내 뜻이 아니었어 .”

“ 억울해 ? 그럼 당신도 그 억울한 사람에게 복수를 해 . 당신 때문에 내 딸 얼굴이 엉망이 됐다고 . 내 다리가 못쓰게 됐다고 .”

“ 창혁아 . 창혁아 .”

 

고무장갑을 끼고 , 최지아의 눈과 코 입을 막았다 . 그리고 최무룡이 보는 앞에서 화장실 청소용으로 쓰는 희석된 염산을 부었다 . 바로 피부가 일어났다 . 묽은 염산이었는데도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 극심한 고통에 마취에서 깬 최지아가 소리를 질렀다 . 난 미리 준비한 2 리터 생수를 바로 부어서 염산을 씻어 내렸다 . 그리고 입과 코를 막은 테잎을 제거 한 뒤 다시 수면손수건을 덮어서 최지아를 재웠다 .

 

멍한 눈으로 내가 하는 꼴이 지켜보던 , 최무룡은 미친 놈처럼 악을 써댔다 .

 

“ 왜 , 이런 꼴을 언젠가는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보지 ?”

“ 너 , 이 새끼 , 내가 죽여 버릴 거다 .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 거야 .”

“ 아니 , 그럴 기회가 없을 걸 . 난 당신 다리를 못 쓰게 만든 뒤에 , 죽을 생각이거든 . 뭐 죽은 뒤에 시체에다 뭘 하든 내가 알 수 있는 일은 아니고 . 맘대로 해 .”

 

최지아가 다시 일어나려는 모습이 보였다 . 뭔가 꿈틀거리는 폼이 수상했다 . 죽을 각오를 하고 나선지 , 남의 고통과 불행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 난 칼로 최무룡의 아킬레스 건을 잘라낸 뒤 , 고통에 혼절한 최무룡의 발목에 지혈제를 뿌렸다 . 죽어서도 , 나을 정도로 빨리 발견되어서도 안 된다 .

 

자살을 위해 어떤 방법이 제일 좋을까도 계속 생각해왔다 . 뭐든 많이 선택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 난 혁대를 풀어 기둥에 맸고 , 목을 매달았다 .

 

툭 .

 

툭 .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 언제 샀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 싸구려 혁대가 끊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 엉덩이로부터 척추를 타고 찌릿한 통증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 없던 미래에 대한 욕구가 마음을 가득 채웠다 . 그랬다 . 죽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다 . 잡히더라도 최악의 경우 교도소 안에서라도 죽는 건 할 수 있다 .

 

무엇을 해야 할지 ,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 최무룡의 전화로 119 에 신고를 하고 , 최무룡의 지갑을 챙겨 창고를 벗어났다 .

 

대전에서 달아나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 더는 다른 생각이 나질 않았다 . 난 정지숙의 차를 타고 대전 외곽을 벗어났다 . 옥천 읍내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을 사먹고 나자 갑자기 최무룡을 단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 딸의 인생을 망쳐버린 것이 후회됐다 .

 

바보 등신같이 .

 

최무룡의 고문에 아버지가 폐인이 되어 자살했다 . 엄마는 식당 설거지 일을 전전하다가 제대로 약도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 고등학교 때부터 노가다 판과 택벼 현장을 전전했다 . 어떻게 해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다 . 사는 게 바빠 복수를 꿈꾸지도 못했다 .

 

먹고 사는 게 힘들어 들어간 군대에서도 난 간첩의 자녀로 요주의 대상이었다 . 한 인간의 진급을 위해 , 나의 가족은 완전히 희생됐다 . 벌을 받지 않는 죄는 죄 그 자체로 나쁘다 . 법도 신도 최무룡을 단죄하지 않았다 . 죽어서 가는 지옥 따위 내가 확인할 수도 없다 . 최무룡은 당할만 했고 , 최지아는 나처럼 부모의 업을 받은 셈이다 .

 

편의점을 나와서 , 옥천 읍내를 걸었다 . 더는 정지숙의 차를 이용해선 안 된다 . 최무룡의 지갑을 꺼냈다 . 수표도 현금도 꽤 많은 액수가 들어있었다 . 난 편의점을 돌며 , 10 만원 권 수표들을 모두 바꿨다 . 최무룡은 내 존재를 알고 있고 , 신고를 하지 않을 리 없다 . 어차피 추적을 당할테니 , 이서를 하는 것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다 .

 

터미널 근처의 찜질방에 들어가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했다 . 핸드폰을 쓰려다 추적을 당할 것 같아 버린 게 생각났다 . 정보를 알고 싶은데 , 방법이 없었다 . 심야라 화면만 나오는 찜질방 tv 에서 뉴스 채널을 틀었지만 , 2 시간이 지나도록 내가 저지른 사건에 대한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

 

억지로 2 시간을 자고 일어났더니 , 배가 고팠다 . 소규모 찜질방의 매점은 새벽시간 동안은 운영하지 않았다 . 일찍 찜질방을 나와 근처 피씨방으로 가려다 어쩌면 차량추적을 통해서 경찰이 내 동선을 파악하고 있고 , 터미널 근처를 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난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서 ,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은 뒤 , 시내 버스로 인근의 도시인 영동으로 이동한 뒤 , 영동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어디로든 도망치려고 했다 .

 

정처없이 걷다가 외딴 농가를 발견했고 , 거기엔 1 톤 트럭이 주차돼 있었다 . 최무룡에게 복수하기 위해 익힌 기술 중 하나가 차량절도였다 . 문을 따려고 했는데 , 그냥 문이 열렸다 . 놀랍게도 차엔 키도 꽂혀 있었다 . 조심스럽게 시동을 걸고 무작정 강원도로 가는 길을 잡았다 . 잡혀도 어쩔 수 없지만 , 그냥 숨기에 강원도가 좋을 것 같았다 .

 

2 시간을 운전했다 . 날이 밝아오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 국도 변에 차를 세운 뒤 ,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을 먹었다 .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어졌다 . 지금부터 내가 먹는 한끼 한끼는 어쩌면 내게 세상에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한 끼인지도 몰랐다 . 무작정 도망치는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

 

매 순간이 삶의 마지막인 것처럼 , 즐기며 살아야 한다 . 최무룡의 지갑을 꺼내 남은 돈을 확인했다 . 54 만원이 들어 있었다 . 지갑을 접으려는데 지갑이 불룩했다 .

 

미친 새끼 .

 

콘돔이 지갑에 들어있었다 . 그리고 로또 영수증이 있었다 . 815 회차 7 월 14 일아 추첨일이었다 .